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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중심대학 선정…여성은 공학에 약하다는 편견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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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앞으로도 숙대를 대한민국의 여성 리더 양성 기관이자, 여성의 꿈을 실현하는 대학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앞으로도 숙대를 대한민국의 여성 리더 양성 기관이자, 여성의 꿈을 실현하는 대학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올해 숙명여대는 KAIST, 국민대 등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에 선정됐다. 2016년 처음 공대를 만든지 불과 6년만의 성과다. ‘공대는 금녀의 영역’이란 편견을 깬 숙명여대는 지난해 창학 115주년을 맞아 ‘세계 최상의 디지털 휴머니티 대학’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여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지금, 장윤금 총장에게 숙명여대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디지털 휴머니티’란 비전을 내놨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지고 기존 세상의 문법이 달라졌다. 숙대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디지털휴머니티센터를 설립하고 인간 중심의 디지털 학문과 관련한 교과목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와 다른 아주 실용적인 소프트웨어 교육이 그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뭘 하게되나.
“모든 재학생을 대상으로 전공 불문 SW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런데 공대생과 음대생이 모두 똑같은 SW 교육을 받아선 안 되지 않나. 학문별로 딱 맞는 SW교과목을 개발하는 중이다. 세계 최대 전문 학술지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의 지영석 회장,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예일대 천명우 학장, 뇌질환 융합연구자인 스탠퍼드대 이진형 교수, 전 SK텔레콤 CTO인 SK텔레콤 김윤 고문 등 경험이 풍부한 외부 자문위원들이 과목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SW중심대학에도 선정됐다.
“숙대는 2016년 공대를 신설하고 입학정원을 173명에서 423명으로 확대했다. 만들어진 지 6년 밖에 안됐는데 굉장히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공대 안에서도 SW 분야 전공 선택 비율이 2018년 28%에서 2022년 67%로 증가했다. 대내외 환경이 SW 교육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증거다. 숙대 정도 규모 대학에서 이렇게 단기간 학교의 정책 변화와 성과가 빠르게 나타난 예는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이 반영돼 SW중심대학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자는 이공계에 약하다’는 편견도 있다.
“그 말은 ‘숫자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많지 않다’는 건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골프 박세리 선수가 LPGA에서 해저드에 빠진 공을 양말 벗고 들어가 친 이전과 이후 한국 여성 골프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 사람이 시작하니 그걸 롤 모델로 다른 이들이 뒤따른 것이다. 숙대 역시 그런 어려움에서 시작했다. 험한 길, 힘든 길을 한 사람 두 사람이 가면서 만들어간 것처럼 여성 과학자도, 여성 공학인도 그렇게 키워갈 것이다.”

숙명여대는 여대 중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취업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육·공군 학군단을 모두 유치한 유일 학교다. 장 총장은 “‘여성의 꿈과 비전을 실현시켜줄 대학’이라는 창학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는 물론 12만 동문까지 모두 발 벗고 나선 결과”라고 했다.

학생 취업 지원책이 있나.
“동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현직 동문 100여명이 멘토로 참여하는 에스엠 브릿지(SM-Bridge)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CEO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동문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재학생이 ‘저 내일 인터뷰 가는데 어떤 질문이 나올까요?’라고 하면 동문 멘토 그룹이 온라인으로 그에 맞는 대답을 해 주고, 더 필요하면 전화도 해 준다. 재학생 만족도가 매우 높다.”
유지취업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인가.
“맞다. 일단 멘토링을 통해 양질의 기업을 파악할 수 있고, 어떤 직무인지도 미리 알고 지원할 수 있다. 입사한 뒤 기대와 달라 실망하고 퇴사하는 일이 적다. 멘토인 동문들도 서로 많이 돕고 있다. 12만 명의 동문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작년부터 공군학군단도 모집했다.
“국가를 책임질 여성 인재 양성이 숙대의 창학 이념이다. 2010년 여대 최초로 육군 학군단 창설해 현재까지 300여명에 달하는 정예여성장교를 육성했다.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년 공군 학군단도 유치하게 된 것이다. 지원율, 경쟁률도 높다. 우주시대를 대비한 미래형 정예장교를 양성한다는 취지다. 학군단 후보생에 대해서는 전액 또는 50% 장학금을 지급하고 기숙사비와 해외문화탐방 등의 교류경비도 지원하고 있다. 육군, 공군 두 개 학군단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여대가 필요하냐는 지적도 있는데.
“지난해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성평등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여성의 가사노동 및 양육 부담이 증가하며 여성 삶의 질이 퇴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성평등 관점에서 보자면 여성 교육의 기회가 부족했던 예전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구조적인 성차별과 성 역할 고정관념이 많이 남아있다. 실재하는 구조적 차별과 언제든지 악화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여대의 존재 필요성이 여전하다. 오히려 여성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대에 대한 정부와 교육 당국의 지원이 더 많이 이뤄졌으면 한다.”

장윤금 총장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문헌정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여자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으며 지난해 제20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교육혁신 부문)을 수상했다. 2020년 숙명여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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