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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웹소설 유니콘의 부당해고 논란에 "터질 게 터졌다",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5.26 06:00

업데이트 2022.05.27 20:08

매출 8억원을 올린 리디 자회사 오렌지디의 베스트셀러 ‘시맨틱에러 포토에세이’. 사진 오렌지디

매출 8억원을 올린 리디 자회사 오렌지디의 베스트셀러 ‘시맨틱에러 포토에세이’. 사진 오렌지디

무슨 일이야

웹툰·웹소설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리디의 자회사가 부당해고, 직장갑질 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자회사 오렌지디는 리디의 지식재산(IP) 확장을 담당하는 곳으로 리디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일 트위터에는 “매출 8억 도서 ‘시맨틱 에러 포토에세이’ 책임편집자인 저는 책을 다 만들자마자 해고 통보를 받았다”로 시작하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원문). 시맨틱 에러는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왓챠에서 성공적으로 드라마화 된 리디의 대표 히트작이다.

글쓴이는 “정규직 경력채용으로 입사를 결정했으나 첫 출근날 ‘3개월 수습 계약서’를 받았다”며 “수습기간 종료 후 악의적 왜곡으로 가득한 해고 사유서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상급자인 팀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던 후배를 두둔했다가, 후배의 자진퇴사 후 해당 팀장으로부터 부당한 업무 지시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업무 차원에서 의견을 냈음에도 ‘불쾌한 돌발 행동’, ‘과도한 자기 주장’, ‘상급자 지시 불복종’ 등 “모독에 가까운 해고 사유로 적혔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19일 자신을 ‘시맨틱에러 포토에세이’ 책임편집자라고 밝힌 이용자가 SNS상에 사측의 부당해고를 공론화했다(왼쪽). 이에 오렌지디는 지난 20일 “사실 관계 파악 중”이란 입장을 내놨다.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19일 자신을 ‘시맨틱에러 포토에세이’ 책임편집자라고 밝힌 이용자가 SNS상에 사측의 부당해고를 공론화했다(왼쪽). 이에 오렌지디는 지난 20일 “사실 관계 파악 중”이란 입장을 내놨다. 사진 트위터 캡처

폭로 다음날인 20일 오렌지디는 “사실 관계를 처음부터 철저히 재조사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다른 폭로가 추가로 나왔다. 자신을 오렌지디 전 웹툰1팀 PD라고 밝힌 또 다른 퇴사자가 23일 “오렌지디에 만연해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동의한다”며 “저희 팀은 차별대우 끝에 전부 퇴사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원문).

해당 퇴사자는 “편애받는 일부 직원들의 행동을 대표가 묵인한다”며 소속 팀이 병가·연차 사용에 제한을 받는 등 지속적인 차별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팀원 5명 중 3명은 퇴사했고, 다른 2명은 퇴사 후 본사인 리디에 재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 내 상사의 갑질 폭로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일부 리디 이용자 사이에선 불매운동 조짐이 불고 있다.

지난 23일 자신을 ‘오렌지디 웹툰1팀 전 PD’라고 밝힌 이용자가 SNS상에 오렌지디 내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 대우 등을 추가 폭로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23일 자신을 ‘오렌지디 웹툰1팀 전 PD’라고 밝힌 이용자가 SNS상에 오렌지디 내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 대우 등을 추가 폭로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리디 입장은

리디 관계자는 팩플팀에 “외부 노무사가 오렌지디 임직원들을 면담하며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부당해고를 주장한 당사자와는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리디 자회사 오렌지디의 주요 포트폴리오. 사진 오렌지디

리디 자회사 오렌지디의 주요 포트폴리오. 사진 오렌지디

업계 반응은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출판노동유니온(전국언론노조 출판지부)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출판계 동료로서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고 겪은 일이었다”며 “객관적 기준 없이 수습 종료를 통보한 것은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부당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 개인만의 잘못이 아닌,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고도 구성원이 존중받는 체계를 만들지 않은 사측 결정권자들의 잘못”이라고 못박았다.

출판노동유니온 관계자는 팩플팀에 “출판업계엔 도제식 문화에서 오는 가스라이팅, 저임금 밤샘 노동, 업계 좁으니 조심하란 식의 협박 등 구시대적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출판노동유니온이 지난 23일 ‘오렌지디 사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출판노동유니온

출판노동유니온이 지난 23일 ‘오렌지디 사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출판노동유니온

이게 왜 중요해

크리에이터 경제의 급성장으로 몸집을 키운 플랫폼 기업들이 ‘기업문화 정비’라는 새로운 과제에 봉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콘텐트 산업 매출은 128조 2870억원으로 5년 전인 2016년보다 22% 늘었다. 웹툰 산업 매출로 좁히면 전년 대비 64.6%나 증가한 1조 538억원이다. 네이버·카카오·리디 등 플랫폼이 주도한 IP 확장과 디지털화 덕이 컸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콘텐트 플랫폼들은 최근 출판업계 등 전통 산업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번 오렌지디 사태는 IT-출판업계 간 문화적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례다. 영어 이름이나 ‘○○님’으로 호칭하며 수평적 소통을 내세워도, 조직문화의 키를 쥔 경영진의 의사결정 구조는 경직돼 있다. 일부 출판업계의 권위주의적 문화도 그대로 답습됐다. 오렌지디 편집자의 폭로 중엔 “다른 상급자를 찾아가봤지만 ‘모회사인 리디가 수직적인 소통방식이라 자회사인 우리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이 돌아왔다”는 내용이 있다.

다른 문제는 없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프리랜서 중심산업 구조에서, 일부 스타 작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작가들의 수익은 영세 자영업자 수준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트 산업 종사자 20만명 중 40%는 프리랜서였다. 5년 이내 작품 활동을 한 국내 웹툰 작가 710명 대상 실태조사에서 연 수입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는 33.7%에 불과했다.

투명한 정산, 공정한 계약을 강조하는 문화가 최근에야 자리잡기 시작했다. 웹툰·웹소설 출판 및 제작 자회사(이하 CP사) 7곳을 두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CP사와 작가에 최소 60% 수익배분율 보장 ▶작가용 정산내역 사이트 구축 ▶︎작가-CP사 간 공정계약 권고 등 상생안을 발표했다. 30~45%의 높은 수수료율, 자회사 불공정 계약 등 논란을 겪고 나온 대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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