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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투표 선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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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6·1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교육감 등 4125명을 선출한다. 이미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선거구가 20일 기준 321개 선거구 509명이다.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의 의원정수를 넘지 않으면 투표 없이 선거일에 당선인을 확정한다. 무투표 선거구는 투표용지를 교부하지 않으며 선거공보도 발송하지 않는다. 유권자가 검증할 기회는 없다. 순전히 공천 여부를 판단하는 정당의 검증에 달려있다.

무투표 선거구 후보 509명 중 소속 정당을 두지 않는 교육의원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양대 정당 소속이다. 더불어민주당 282명, 국민의힘 226명이 무혈입성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후보자 정보에 따르면 무투표 선거구 후보 중 전과자는 30.1%, 전과 수를 모두 합하면 1인당 평균 전과 0.45범에 달한다. 박창석 경북 군위군의회 국민의힘 후보는 전과 7범이다. 최근 5년간 세금 체납액 5219만원을 신고했다. 건축법·옥외광고물관리법 위반, 횡령·음주운전·무면허운전·뺑소니 등 다채롭다. 박성만 경북 영주시의원 국민의힘 후보는 전과 5범,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회 백승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과 4범이다. 최근 5년 내 세금 체납 기록이 있는 후보는 69명(13.6%)이었다. 설경민 전북 군산시의회 후보가 6225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후보자의 도덕적 자질이 유권자의 투표 선택에 미치는 영향’(윤지성·송병권, 2019)에 따르면 2018 지방선거에서 전과나 체납 여부는 거의 당락을 가르지 못했다. 양대 정당도 그걸 잘 아는 듯하다. 국민의식도 희미해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법·규칙 준수의 중요성’ 인식은 조사가 시작된 2013년 6.2점에서 2020년 6.0점을 거쳐 2021년 5.7점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촘촘한 법과 규제에 지친 탓일까. 법·규칙 준수가 ‘매우 중요(7점 만점에 7점)’하다고 답한 비율은 2013년 50.5%에서 2020년 39.9%를 거쳐 지난해엔 26.9%로 급강하해 반 토막 났다.

지방선거 당선자는 생활밀착형 조례와 규제를 만들고 세금으로 살림한다. 우리에겐 아직 투표로 뽑을 3616명이 남아있다. 유권자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