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찍어낸 흥덕사지-"인쇄 문화 명소"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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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찍어낸 흥덕사지가 복원, 3년만에 옛 모습의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 인쇄 문화의 메카로 등장했다.
86년5월 사적 제315호로 지정된 청주시 운천동 515일대 1만5천여평의 이곳은 총 사업비 41억원을 투입해 87년부터 복원 공사를 시작, 절터의 상징을 나타내는 금당과 우리 나라 인쇄 문화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인쇄 유물 전시관이 세워졌다.
토석 채취장으로 활용되던 이름 없는 절터가 세계 인쇄 문화의 본고장으로 규명돼 복원된 것은 85년10월 「갑인오월 일 서원부흥덕사금구일좌」라고 새겨진 금구편 (쇠북)을 발견했고, 청주대 박물관의 발굴 조사에서 「황통십년 흥덕사」가 새겨진 청동 그릇을 찾아내면서부터.
흥덕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본 「세계의 심판」 (1455년)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 받은 「직지심체요절」을 찍어낸 곳이기도 하다.
인쇄 유물 전시관은 인쇄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독특한 건물.
1백65평 크기의 제1전시실과 흥덕사지 출토 유물을 전시할 제2전시실 (58평)로 되어 있다. 전시실 외벽에는 「직지심체요절」에 기록되어 있는 법어·간기 등 3백59자가 화강암에 새겨졌다.
왼쪽 벽에는 20×20cm의 활자를 거꾸로 음각, 인쇄 이전 금속활자가 조판된 모습을 나타냈고 오른쪽 벽에는 조판된 활자에서 찍혀 나온 활자를 의미하는 자체를 새겨놓았다.
또 둥근 벽면을 따라 세계 인쇄 문화 연표와 활자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고 외국의 인쇄 문화와도 비교할 수 있는 전시물을 배치, 국민 교육의 도장으로 활용되도록 했다.
이밖에 학생들이 쉽게 인쇄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금속활자 이전인 목판 인쇄가 발명되기까지의 과정과 금석류의 분포도·탁본·인장·불인도 전시하며 한지 만드는 과정도 선을 보였다.
특히 무구정광대다라니경·신라시대경판영인본 등 최초의 목판 인쇄물과 초조대장경·속장경 등 고려·조선의 목판 인쇄물이 시대별로 전시됐다.
제2전시실에는 흥덕사지에서 나온 금구를 비롯, 청동향로·청동 불발뚜껑·청동용두·와당류 등 출토 유물이 중점 전시됐다.
인쇄 문화의 본고장으로 상징적인 금당 (25·7평)은 옛 모습대로 고 사찰의 정취를 풍기며 발굴 당시의 주춧돌 위에 그대로 복원됐다.
금당 앞에는 흥덕사지가 「주자 인쇄 문화의 발상지」임을 나타내기 위해 3층 석탑과 기념비가 세워졌다.
흥덕사지에는 이밖에도 연못·화단 등 조경 시설과 한꺼번에 2백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1천6백50평)을 만드는 등 문화 유적지로 손꼽히게 됐다.
흥덕사지 복원 공사를 맡은 임병식씨 (50)는 『유물 전시관을 짓는데 네모가 아닌 원통 건물로 독특함을 나타내는데 정성을 쏟았다』며 『우리 나라에서 하나뿐인 인쇄 문화 명소로 각광받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청주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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