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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盧 찾은 文 "약속 지켰다"…봉하마을엔 노랑·파랑 물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식이 엄수되는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부부와 권양숙 여사가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뒤로 노란, 파란 풍선을 든 시민들이 있다. 송봉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식이 엄수되는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부부와 권양숙 여사가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뒤로 노란, 파란 풍선을 든 시민들이 있다. 송봉근 기자

“살아서 만났다면…” 눈시울 붉힌 지지자

“노무현 대통령님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습니다. 약속을 지켰습니다. 감회가 깊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 후 SNS를 통해 한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아내는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리운 세월이었습니다”라며 “우리는 늘 깨어있는 강물이 되어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처럼"이라고 밝혔다. 이날 13주기 추도식 주제는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였다.

13주기 추도식은 이날 오후 2시 문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잔디동산에서 엄수됐다. 1만명이 넘는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노란풍선과파란풍선을 양손에 들고 추도식을 찾으면서 봉하마을 곳곳은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10시께 봉하마을을 찾았다. 13주기 추도식을 맞아 특별 개관한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관람한 뒤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도시락 오찬을 하며 격려했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3년 만에 ‘시민과 함께한’ 盧 추도식

앞서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취임 직후 열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앞으로 임기 동안 (노무현)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고 말한 뒤 임기 5년간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을 전후로 공식 발언은 하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만남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시민도 있었다. 이삼순(52·김해시)씨는 “노 대통령님이 살아계셨다면 (문 전 대통령에게) ‘수고했다’며 등을 두들겨 줬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와 함께 이날 아침부터 봉하마을을 찾은 지인들도 “제주도와 강원도 먼 곳에서도 봉하를 찾았다고 들었다”며 “두 분 대통령님의 만남을 기다렸던 시민들 모두의 마음이 같지 않나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은 1만2000여명(주최 측 추산)으로 집계됐다. 노무현재단이 당초 예상한 참석 인원(3000여명)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추모객들이 몰리면서 노무현재단이 준비한 좌석 3000석(시민 2600석·내빈 600석)은 금세 가득 채워졌다. 봉하마을 안에 있는 공영주차장 2곳(55면·64면)도 오전 7~8시부터 가득 들어찼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엄수되는 2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엄수되는 2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여·야 지도부 “소통과 화합 취지”

경찰은 봉하마을 내 대통령묘역에서 약 1㎞ 떨어진 봉하삼거리 부근부터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시민들은 임시로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잔디동산까지 15분가량을 걸어갔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시민들이 대거 참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이뤄졌다. 앞서 열린 11·12주기 추도식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유족과 재단 관계자 등만 참석해 진행됐다.

추모객 한순화(61)씨는 “오랜만에 추도식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니 뭉클하다”며 “노 대통령님이 변호사 시절부터 함께 한 동지가 오시니 두 배로 반갑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노 전 대통령의 꿈, 실현되지 못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야권 인사들은 추도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꿈이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이루지 못한 꿈이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에 여전히 깃들어 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전진할 수 있도록 노 전 대통령께서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열망이 모였던 촛불광장으로부터 5년이 지났다”며 촛불정신을 환기했다. 이어 “시민권력으로 탄생한 노무현 대통령을 우리가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유는 어쩌면 끝내 이루지 못한 그의 꿈 때문일 것"이라며 “그의 못다 이룬 꿈이 시민의 힘으로 완성되기를 진정으로 고대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준석 당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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