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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얻어먹던 사생아가 호주 새 총리 됐다…취임 다음날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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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22년 호주 총리에 취임하게 된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 [AFP=연합뉴스]

2022년 호주 총리에 취임하게 된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 [AFP=연합뉴스]

"연금에 의존하는 싱글 맘의 아들이자, 공공주택에서 자란 소년이 오늘 밤 여러분 앞에 총리로 서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호주 연방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며 새 총리가 탄생했다. 앤서니 알바니즈(59) 노동당 대표다. 그는 노동당의 집권이 확실시되자 "호주의 위대함에 대해 말할 게 많다"며 이런 소감을 밝혔다.

알바니즈 대표는 23일 취임 선서를 하고, 다음 날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 안보 협의체) 정상 회의에 참석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호주 총선에서 승리한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포스터에 사인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호주 총선에서 승리한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포스터에 사인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AFP통신에 따르면 알바니즈 대표는 선거 다음 날(22일) "쿼드는 분명히 호주의 절대 우선순위"라며 "도쿄에서 (쿼드 회의 외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각각 일대일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적인 동시에 실용적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는 알바니즈 대표는 대내적으로는 개혁적 성향을 띠지만 외교적으로는 미·호 동맹을 최우선시하고 전임 정부에서 결성한 오커스(호주·영국·미국 안보 협의체)를 지지한다.

호주의 '뜨거운 감자'인 '중국 위협론'과 관련해서도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 비판적이다. 최근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한 데 대해서는 전임 정부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중국군이 호주 앞마당까지 진출할 계기를 만드는 동안 호주 정부는 무엇을 했냐'면서다.

알바니즈 대표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 이는 그의 성장 배경과도 연관이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연금과 공공주택에 의지했다. 그는 "나는 정부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자라면서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공공주택서 자란 정치 꿈나무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총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총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바니즈 대표는 1963년 3월 시드니 동부 교회 달링허스트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일랜드계 호주인이고 아버지는 이탈리아인이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가신 줄 알았지만, 사실 이는 어머니의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 만난 이탈리아인 유부남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을 알게 된 알바니즈 대표는 나중에 이탈리아에 있는 아버지를 수소문해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을 만나기도 했다.

1960년대 미혼모의 삶이 녹록할 리 없었다. 알바니즈 대표의 어머니는 정부에서 연금을 받고 공공주택에서 생활하며 알바니즈 대표를 키웠다. 12세의 알바니즈 대표는 당시 거주하던 공공주택이 개발업자에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파업을 돕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내셔널 프레스 클럽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더는 자신을 부양할 수 없게 되자, 이웃에게 식량을 의존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고된 경험이 그의 정치적 뿌리가 됐다. 알바니즈 대표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자라서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고 싶다는 결심을 매일 했다"고 말했다.

시드니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일찌감치 정치에 투신했다. 졸업 전 노동당에 입당해 '젊은 노동당(Young labor)'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33세가 되던 해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 돼 의회에 입성했다. 그의 노동당 생활 대부분은 야권에서 보냈지만, 당이 집권한 2007년엔 '인프라·교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10개월 남짓 부총리도 역임했다. 2019년 5월 노동당 대표가 돼 스콧 모리슨 정부 시절 야당 당수로 있었다.

알바니즈 대표는 이번 선거 운동 기간 초기에 실업률과 기준금리 수치를 정확히 답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지지율을 7%포인트나 까먹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저도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노조 입김에…석탄 단계적 철폐는 아직

외신들은 알바니즈 대표와 노동당의 집권은 호주 국민이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한 국정 과제로 삼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알바니즈 대표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43%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모리슨 총리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6%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또 국가를 '재생 에너지 초강대국'으로 변신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석탄 사용의 단계적 중단, 새로운 탄광 개발 중단 등의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노동당의 주요 지지 세력인 석탄·광산 노조 파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22일 오후 5시 기준 노동당은 하원의원 151석 중 73석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이끈 중도 우파 성향의 자유·국민 연합은 51석을 확보했다. 노동당이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76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연정을 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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