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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해도 찾아온 공포의 '딩동맨'…릴카의 '스토킹 전쟁' 결말

중앙일보

입력

스토킹 피해를 설명하는 BJ 릴카. 사진 릴카 유튜브 캡처

스토킹 피해를 설명하는 BJ 릴카. 사진 릴카 유튜브 캡처

“스토킹 때문에 3년 동안 고통을 받았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여성 BJ 릴카는 2019년 6월부터 신원 불상의 남성이 집 앞에 찾아와 말을 거는 등 스토킹에 시달려야 했다. 두려움을 느낀 릴카는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토커는 집 주소를 알아내 다시 찾아왔다. 현관문 앞에 단 폐쇄회로TV(CCTV)를 향해 하트를 날리거나 릴카가 외출할 때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온 적도 있었다. 방송 등에서 “미칠 것 같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스토킹 중단을 수차례 요청했던 릴카는 급기야는 방송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스토킹법 시행으로 달라진 판결

스토킹 피해를 설명하는 BJ 릴카. 사진 릴카 유튜브 캡처

스토킹 피해를 설명하는 BJ 릴카. 사진 릴카 유튜브 캡처

릴카 측은 법적 대응을 했다.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스토킹범에게 징역 8개월과 벌금 1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스토킹치료명령 40시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재범을 저지르지 않은 것을 다짐하고 있고 과거 징역형 이상의 처벌을 받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릴카 스토킹범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간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이나 주거침입죄 등으로만 고소할 수 있어 행위 자체를 범죄로 처벌하기가 어려웠다. 이전까지는 벌금 10만원(경범죄처벌법)이 상한선이었다. 릴카는 재판 결과를 유튜브에서 공개하면서 “스토킹처벌법 개정이 정말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 소송을 대리한 이인환 변호사(법무법인 제하)는 “스토킹에 대해서는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돼 벌금 10만원이 선고됐고,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인) 지난해 10월 이후 4건은 스토킹처벌법의 적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스토커를 비로소 스토킹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스토킹 피해를 설명하는 BJ 릴카. 사진 릴카 유튜브 캡처

스토킹 피해를 설명하는 BJ 릴카. 사진 릴카 유튜브 캡처

릴카를 3년 가까이 쫓아다니던 이 남성은 검찰 기소 후 스토킹을 멈췄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한 번만 더 (릴카) 집에 찾아와 신고가 들어간다면 즉시 구속되기 때문에 향후 2년 동안은 스토킹이 잠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등에 상응하는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릴카가 지난 14일 재판 결과를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는 “현실적으로 안전한 결과라 답답하지만 다행” “생각보다는 처벌이 강하지 않다. 이게 최선의 결과라니” 등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사이다 판결’은 아닐 수 있지만, 실형 선고 이후에 발생할 수도 있는 반작용을 생각한다면 집행유예 기간인 2년 동안은 (피고인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결론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형보다도 집행유예가 범죄 예방이나 교화 등의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고 늘었지만, 반의사불벌죄 한계…“즉시 신고” 

스토킹 피해를 설명하는 BJ 릴카. 사진 릴카 유튜브 캡처

스토킹 피해를 설명하는 BJ 릴카. 사진 릴카 유튜브 캡처

경찰 등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1월까지 관련 112 신고 건수는 하루 평균 97.6건으로 파악됐다. 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1~10월 하루 평균 23.8건보다 관련 신고가 4배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에 대응 매뉴얼도 배포했고 법 시행에 따라 관련 신고나 상담·문의도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심은 폭발했지만, 법 자체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연구보고서에서 “피해자에게 공소 제기의 부담을 주고, 스토킹 행위자의 접근 가능성을 높이며, 면책을 가능하게 하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업무보고를 했다.

전문가들은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속성·반복성이 있는 스토킹 행위라고 판단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수사 기관 등을 찾아야 한다”면서다. 112 신고 기록 등은 향후 수사와 처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인환 변호사는 “스토킹 피해자가 상황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할 수 있다. 가까운 사람이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 3월 24일 국회를 통과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지속·반복적인 스토킹 행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만약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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