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안 받으면 망했구나 했는데…” 돌아온 축제로 공연업계 숨통 트이나

중앙일보

입력 2022.05.22 17:55

19일 오후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가수 싸이가 3년만에 열린 학교 축제 대동제에서 공연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19일 오후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가수 싸이가 3년만에 열린 학교 축제 대동제에서 공연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다시 축제가 열려서 저는 신기하고 재밌어요. 그런데 축제가 없던 지난 2년 동안 축제 업체들은 뭘 하고 살았을까요?”

대학생 임모(25)씨는 3년 만에 돌아온 대학교 대면 축제를 보며 반가움과 의아함이 동시에 들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쓴 지난 2년간 축제 업체들이 어떻게 버텼을까 궁금하다면서다.

임씨의 말대로 지난 몇 년간 대학 캠퍼스는 ‘축제 시즌’인 5월에도 조용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축제를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장소를 옮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위드코로나(코로나19와의 공존)의 본격화로 주요 대학들은 일제히 대면 축제를 재개하고 있다. 일감이 끊겼던 공연전시 업체들은 “이제야 조금은 숨이 트인다”면서도 “회복은 아직 멀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지난 2년 간의 상흔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고사 직전…10억원 매출이 1200만원 됐다”

16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본관 앞 잔디밭에서 '봄 소축제'가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열리고 있다. 뉴스1

16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본관 앞 잔디밭에서 '봄 소축제'가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열리고 있다. 뉴스1

축제 기획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업계가 고사 직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 축제를 기획하는 업체의 이재원 실장(40)은 “2019년 10억원이었던 매출이 2020년에는 12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업계가 박살이 난 수준이었다”며 “직원들은 퇴사하고, 저도 배달을 했다”고 말했다. 축제에 쓰이는 천막·테이블 설치 업체 대표 이모(38)씨는 “거래처가 어느 날 전화를 안 받으면 ‘망해서 없어졌구나’ 생각했다. 우리도 빚이 매년 1억씩 늘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렸다 조였다 반복되는 것도 이들 업체에게는 “희망고문이었다”고 한다. 20년 동안 공연 전시 일을 한 윤영산 대표(51)는 “거리두기가 풀릴 듯하면 행사나 공연을 재개하자는 말이 나오다가, 곧 다시 취소되기를 반복했다”며 “20년간 일하면서 2020년에 처음으로 적자가 났다. 40억원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급하게 ‘온라인 행사’로 돌렸지만…시행착오 많아

지난해 10월 9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2021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이날치의 공연이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로 펼쳐지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9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2021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이날치의 공연이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로 펼쳐지고 있다. 뉴스1

이들 업계는 코로나19로 대면 행사가 끊긴 돌파구를 ‘온라인’에서 찾았지만, 그마저도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고 토로했다. 한 행사기획대행업체 관계자는 “그나마 코로나 2년차인 지난해에는 많은 업체가 온라인 행사로 매출을 조금 늘렸다”면서도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고, 방송 송출을 준비하느라 다들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대면 축제는 부활하고 있지만, 업계가 받은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김한석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폐업한 곳도 많고, 직원들 다 내보내고 대표만 숨 쉬고 있는 곳도 있다”며 “매출 규모가 30억원이 넘는 업체들은 몇 억씩 빚을 져도 손실보상금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가을쯤 찾아올 거란 대유행도 이들에겐 걱정거리다. 대학 졸업식, 입학식 행사를 대행하는 강지철 대표(54)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만 참석하게 하거나, 마스크를 끼는 조건으로라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회성 지원보다 경쟁력 회복 장기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피해 지원이 공연 업계에 희망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원래라면 2019~2021년 3개 년도 평균 매출액으로 지원 기준을 잡아야 하지만, 3년 중 한 해라도 지급 조건을 충족하면 손실보전금을 지원할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 피해 업체들을 최대한 돕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일회성 현금 지원 외에도 업계를 돕기 위한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연 기획 관련 업체들이 코로나19로 타격이 컸을 거다. 일회성 현금 지원으로 멈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구제 계획을 세워서 이들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짚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