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한식 열풍 부는 런던…거리엔 ‘분식’‘포차’ 간판

중앙일보

입력 2022.05.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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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손흥민의 홈구장인 런던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 6만여 관중이 운집한 모습. 영국은 최근 코로나 확진자 격리 규정 및 입국 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축구장·극장 같은 대중 시설에서도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사라졌다.

손흥민의 홈구장인 런던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 6만여 관중이 운집한 모습. 영국은 최근 코로나 확진자 격리 규정 및 입국 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축구장·극장 같은 대중 시설에서도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사라졌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관련 방역 규제를 풀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가 여전하지만, 일상 회복을 향한 열망 또한 크다. 영국은 지난 1월 일찌감치 마스크를 던져 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전 세계 여행자가 영국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연말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영국 여행기를 이제야 풀어놓는다. 해외여행이 다시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버스킹 등 코로나 이전으로

2년 간 침체를 겪었던 보로마켓도 최근 활기를 되찾았다.

2년 간 침체를 겪었던 보로마켓도 최근 활기를 되찾았다.

봉쇄냐 자유냐, 영국은 후자를 선택했다. 1월 27일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고, 2월 24일 확진자 격리 규정을 폐지했고, 3월 18일 입국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고, 치명률이 약하다는 판단에서다. 영국은 한때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넘겼지만, 5월 들어서는 1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갔다. 9일간 영국을 누비며 얻은 결론은 이랬다. 수도 런던의 회복세가 단연 눈에 띄었다. 1000년의 역사를 헤아리는 보로마켓. 연간 2000만명 찾던 재래시장인데, 2년간의 극심한 침체를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운집해 길거리 음식을 먹고, 버스킹 공연을 즐겼다.

템즈강 유람선 위의 풍경. 관광객들 뒤로 타워 브릿지가 보인다.

템즈강 유람선 위의 풍경. 관광객들 뒤로 타워 브릿지가 보인다.

런던의 상징 ‘런던 아이’는 평일에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25명이 들어가는 관람차 안이나 300m가량 늘어선 대기 줄에서나 마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타워 브릿지를 지나는 템즈강 유람선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만원 관중(2304개 좌석)이 들어찬 빅토리아 극장에서 현지인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뮤지컬 ‘위키드’를 봤다.

가장 극적인 풍경은 축구장에 있었다. 손흥민의 홈구장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은 경기 2시간 전부터 일대가 마비될 정도였다. 경기 내내 6만여 관중이 엉겨 붙어 고함치고 응원가를 불렀다. 사실 ‘EPL 축구 관람’은 수많은 한국 여행자가 꼽는 버킷리스트기도 하다. 경기 전 만난 토트넘 구단 존 코렐리스 마케팅 매니저는 “런던 내 손흥민의 인기가 엄청나다”면서 “해외여행 정상화로 다음 시즌에는 한국인 입장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 소맥 만들어 먹어

영국 런던의 한식당 ‘요리’. 종업원도 손님도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영국 런던의 한식당 ‘요리’. 종업원도 손님도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국뽕’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다. 런던 시내를 걸으며 한식의 인기를 여러 차례 실감했다. 코벤트 가든, 피카딜리 서커스, 윔블던, 케임브리지 등 런던 전역에 한식당이 있었다. ‘분식’ ‘김치’ ‘고기’ ‘홍대포차’ ‘강남포차’ ‘비빔밥’ 등 대부분 정겨운 한국어 간판을 달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에만 100곳이 넘는 한식당이 있다. 단연 한류의 인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BTS, ‘오징어게임’ 등 최근 K컬처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한류 문화가 영국 주류가 된 이유’라는 기사에서 “‘오징어게임’ 이후 영국 마트에서 한국 식재료 매출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런던에만 매장 8곳을 둔 한식당 ‘요리’에 들렀다. 삼겹살(10.9파운드, 약 1만7000원), 떡볶이(8.9파운드, 약 1만4000원), 제육볶음(9.9파운드, 약 1만5500원), 소주(10.5파운드. 약 1만6500원) 등을 내건 메뉴판부터 젓가락과 소주잔, 고기 가위 등 모든 것이 한국식이었다. ‘요리’ 김종순(41) 대표는 “손님 95%가 현지인인데, 젊은 층은 소주와 맥주를 따로 시켜 소맥을 만들어 먹을 만큼 한국 문화에 밝다”고 말했다. 김치전에 와인을 곁들여 먹는 영국인 커플, 젓가락질이 서툴러 숟가락에 손까지 동원하는 영국 10대의 모습은 낯설고도 흥미로웠다.

코로나로 뜬 땅끝마을 콘월

국토 서남단 끄트머리에 영국의 ‘몽생미셸’로 불리는 ‘세인트 마이클스 마운트’가 있다. 간조 때만 건널 수 있는 섬으로, 언덕 위에 디즈니 성처럼 아름다운 수도원이 있다.

국토 서남단 끄트머리에 영국의 ‘몽생미셸’로 불리는 ‘세인트 마이클스 마운트’가 있다. 간조 때만 건널 수 있는 섬으로, 언덕 위에 디즈니 성처럼 아름다운 수도원이 있다.

영국 남서부 끝자락에 뿔처럼 삐져나온 땅 콘월. 런던에서 자동차로 5시간이 걸리는 명실상부한 ‘땅끝마을(실제 콘월 끄트머리에 ‘Land’s End’라는 지명도 있다)’이다. 과거 약 2000개의 광산이 있던 탄광촌인데, 지금은 휴양지로 명성이 높다. 해안선을 따라 기암절벽 이어지고 해변만 300개가 넘는다. 우리네 제주도처럼 영국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특수를 누린 국내 관광지가 여럿 있는데, 대표적인 지역이 콘월이었다. “지난여름 하루 최대 20만명의 영국인이 콘월 일대 해변을 방문했다”는 BBC의 보도도 있었다. 용케도 여태 한국에는 그 명성이 닿지 않았다.

콘월의 랜드마크 야외극장 ‘미낙’.

콘월의 랜드마크 야외극장 ‘미낙’.

콘월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야외극장 ‘미낙’은 지난여름 G7 정상회의 때 배우자 프로그램이 열렸던 비밀의 장소다. 야외 우측에서 당시 김정숙 여사와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가 기념사진을 찍은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영국의 ‘몽생미셸’로 불리는 ‘세인트 마이클스 마운트’도 멀지 않다. 간조 때만 건널 수 있는 섬인데, 언덕에 자리한 중세시대의 수도원 건물이 흡사 디즈니 성 같았다.

영국 음식은 악명이 높지만, 콘월에서는 꼭 먹어봐야 할 먹거리가 있다. ‘코니시 파스티’라 불리는 빵이다. 탄광 시절 뿌리내린 먹거리인데, 생김새는 우리네 만두와 닮았다. 반달 모양의 빵 안에 다진 고기와 감자·양파 등이 담긴다. 휴대가 간편하면서 든든해 광부들이 식사로 애용했다는데, 여행자의 입맛에도 딱 맞았다.

여행정보
영국 여행

영국 여행

영국은 코로나 방역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영국 입국 전후 코로나 진단 검사도 필요 없고, 백신 접종 여부도 확인하지 않는다. 실내외 어디서도 마스크는 필요 없다. 대신 한국에 돌아올 때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 확인서(23일부터, 현지 검사비 7만~10만원)가 있어야 한다. 인천~런던을 오가는 직항편이 주 6회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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