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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카카오엔터, 미 웹툰·웹소설 서비스 합병 "미국판 사내맞선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인수했던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 미디어’와 영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미디어’를 합병한다. K스토리 콘텐트 역량을 합쳐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잡겠다는 것. 웹툰·웹소설 경계를 허물고, 여기서 영상·음악 등 다양한 콘텐트를 제작하면 미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그런 카카오엔터가 당장 미국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는 네이버다.

'사내맞선'은 웹소설로 시작해 웹툰, 드라마로 제작하며 카카오엔터의 '슈퍼IP' 모범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내맞선'은 웹소설로 시작해 웹툰, 드라마로 제작하며 카카오엔터의 '슈퍼IP' 모범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무슨 일이야?

19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18일 타파스와 래디쉬는 각각 이사회를 거쳐 두 회사의 합병을 최종 결의했다. 존속법인인 래디쉬가 타파스를 흡수하는 형태다. 새 합병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는 김창원(48) 타파스 대표가 맡는다.

● 글로벌 IP 파이프라인 구축: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번 합병에 대해 "카카오엔터의 북미 삼각편대였던 타파스, 래디쉬, 우시아월드의 독보적 IP(지적재산권) 역량과 한국 IP를 결합해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시아월드는 래디쉬가 지난해 인수한 세계 최대 '아시아 판타지' 웹소설 플랫폼이다.

● 글로벌 거래액 3배↑: 카카오엔터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북미 시장에서 3년 내 글로벌 거래액 3배 성장, 거래액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 부사장도 지난 4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4년까지 북미 1위 사업자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미디어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를 합병한다고 19일 발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미디어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를 합병한다고 19일 발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왜 합병해?

웹소설과 웹툰 모두 스토리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공통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웹툰(타파스)·웹소설(래디쉬) 서비스를 키워온 주체와 성장 모멘텀은 다 달랐다.
● 같은듯 다른 타파스·래디쉬: 타파스는 삼성전자·구글 출신인 김창원 대표가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웹툰 플랫폼. 초반엔 고전했지만 2016년 카카오엔터로부터 투자를 받고 이후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승윤(32) 대표가 2016년 미국에서 런칭한 래디쉬는 모바일에 특화된 영문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타파스와 래디쉬를 각각 인수하는 데 6000억원, 5000억원을 썼다.

김창원 타파스 미디어 창업자가 래디쉬 미디어와 타파스 미디어의 새 합병 법인 대표를 맡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창원 타파스 미디어 창업자가 래디쉬 미디어와 타파스 미디어의 새 합병 법인 대표를 맡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탄탄해진 카카오 IP: 타파스와 래디쉬에서 활동하는 북미 창작자는 10만명에 달한다. 두 서비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합치면 420만명 수준.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스토리IP'로 뭉친 새 합병 법인이 장르물(타파스)·로맨스(래디쉬)·판타지(우시아월드) 등 모든 장르를 포괄해 여러 세대를 유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의 빅픽쳐

카카오엔터는 콘텐트 시장의 본진인 미국에서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다. 보유한 IP로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은 기본이고, 오디오·메타버스·NFT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도 찾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타파스·래디쉬의 주요 작품들의 오디오북을 선보일 예정. 회사 측은 "미국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IP 밸류체인과 스토리 스펙트럼을 갖춘 브랜드 리더가 되겠다"고 강조한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한국서 입증된 ‘노블코믹스 시스템’이 미국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노블코믹스는 카카오엔터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콘텐트 제작 방식으로, 웹소설 원작을 웹툰, 더 나아가 영화·드라마·음악·게임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해 파급 효과를 키우는 것. 과거처럼 웹툰의 흥행여부를 지켜보고 잘 되면 드라마를 만들고, 그 드라마가 잘 되면 이후에 게임을 만드는 식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포맷의 콘텐트를 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성 있는 스토리 IP 하나만 일찌감치 발굴하면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고, 콘텐트간의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는 것.

회사 측은 "작품의 생명 주기를 확장하고 창작자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사내맞선'은 웹소설에서 출발해 웹툰·TV 드라마로도 성공하면서 카카오엔터의 대표적인 '슈퍼 IP'로 불린다. 이런 노하우가 타파스·래디쉬의 10만 창작자와 만나면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더 알면 좋은 것

북미에서 카카오엔터의 최대 경쟁자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규모 웹소설 플랫폼인 캐나다 왓패드를 65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전 세계 왓패드의 이용자수는 9400만명 수준. 왓패드에서 콘텐트를 생산하는 창작자만 500만명이 넘는다. 네이버는 같은 해 자사 웹툰 스튜디오와 왓패드 스튜디오를 통합해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만들어, 웹툰·웹소설 IP를 기반으로 100여개의 드라마·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