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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위장해 한국인과 결혼…대법 "중국동포 한국 국적 무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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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스1

외국인이 한국인과 위장 결혼해 취득한 한국 국적은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당사자 간 혼인 의사의 합치’가 실재해야 결혼에 의한 국적 취득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불실기재 여권 행사,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동포(조선족)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의 중국 국적자로 교사 일을 하며 40여년 현지에서 살았다.

그러던 A씨는 1995년 한국에 입국해 취업 목적으로 위장 신분을 만들었고, 한국인 남성과 위장결혼을 하는 수법으로 이듬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가짜 이름으로 한국 여권을 발급받은 A씨는 2012년에는 다른 중국 남성과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에는 한국 여권을 이용해 2013∼2017년 12차례 출입국을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1심과 2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대한민국에서 허위 국적을 취득한 후 20년 넘게 별 문제 없이 생활해온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며 “그러나 이 사건 범죄를 비롯해 허위 국적취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범죄는 국내 법질서를 교란할 수 있어 예방적 측면에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가장(위장) 혼인에 의해 형식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더라도 그 자의 한국 국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위장 결혼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혼인이 무효라면 국적도 무효가 되는지를 놓고 그간 하급심들은 엇갈린 판단을 내놓기도 했는데, 국적 취득이 무효라는 취지의 결론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자가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기재해 발급받은 여권은 출입국관리법상 불실기재 여권에 해당하고 이를 행사해 출입국한 경우 불실기재 여권 행사죄와 여권 없이 출입국한 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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