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오스틴 캠퍼스에 미 육군미래사령부···미국 민·군 협력 배우자

중앙일보

입력 2022.05.19 00:34

업데이트 2022.05.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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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윤석열 정부의 국방혁신 과제

미군, 민간기술 확보에 총력전
육군 AI TF는 카네기멜런대에
한국도 방산기업 경쟁력 키우고
무너진 군기강도 바로 세워야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제2차 세계대전(1945년) 이후 70년 이상 유지해온 국제 안보체제에 변화 조짐을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색 분위기기 짙다.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명분을 세워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는 일만 남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앞날도 예측 불허다. 핀란드 등 유럽 중립국들이 나토에 가입하고 있다. 세력이 재편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만 16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7차 핵실험도 준비 중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도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북한 경제는 희망이 없다. 앞으로 북한이 도발할지 협상 테이블에 나올지 가늠조차 어렵다. 우리로선 1~2년 사이에 위기 또는 기회를 맞을 개연성이 크다.

미국 육군이 만든 유·무인 복합체계에 의한 시가전 상상도. 인간 전투병이 드론과 무인 전투체계, 무인 수송차량 등의 지원을 받아 시가전을 펼치고 있다. [미 육군]

미국 육군이 만든 유·무인 복합체계에 의한 시가전 상상도. 인간 전투병이 드론과 무인 전투체계, 무인 수송차량 등의 지원을 받아 시가전을 펼치고 있다. [미 육군]

 이런 급박한 상황에 윤석열 정부가 닻을 올렸다. 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국방·안보 분야에선 크게 두 가지다. 우리 군을 ‘싸울 수 있는 군대’로 재정립하는 것과 미래에 대비한 ‘국방혁신 4.0’ 추진이다.
먼저 ‘싸울 수 있는 군대’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흐트러진 군을 다시 바로 세우는 것이다. 지난 정부 내내 경계망이 뚫렸고,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 병사들은 전역 때까지 총 한 번도 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군에 대한 대적관이 장병에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절대 쉽지 않은 ‘국방혁신 4.0’
 무너진 군의 기강 확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군 인사 정상화와 강한 훈련이다. 군 기강을 흩트린 대상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권에 줄을 댄 비정상적 인사, 9·19 군사합의의 검증을 방해한 세력, 한·일 군사협력관계 훼손을 시도한 군 간부 등이다.
 다양한 미사일과 핵무장을 본격화하고 있는 북한군 대비는 발등의 불이다. 과하면 넘치듯이 북한이 많은 핵무기를 가지면 주변을 위협하게 마련이다. 한·미연합방위태세를 통해 북한 정권이 도발하면 큰 손해를 보고, 핵을 쓰면 반드시 파멸한다는 경고를 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인 ‘국방혁신 4.0’은 결코 쉽지 않다. 윤 정부가 내세운 목표는 2030년에 우리 군을 유·무인 복합체계로 무장하고, 2040년에는 무인화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그 기반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병력 감소와 과학기술 혁신이 추진 이유다. 2030년 이후에는 저출산 영향으로 병력 40만 명 유지가 어려워 무인체계가 필수다. 4차산업혁명 등 과학기술 발전으로 미국과 중국 등 군사선진국들이 무인체계로 빠르게 무장하고 있다. 조만간 티타늄으로 만든 로봇전투병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 고성능 레이저, 사이버 무기, 양자과학 등이 핵심기술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군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채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2009년에 폐기한 구식 국방개혁 2.0에 집착하면서 미래 대비에 소홀했다.

시대 뒤떨어진 방위사업제도

 무기를 획득하는 방위사업시스템은 더 심각하다. 정부가 방위사업 비리를 척결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방위사업청(방사청)을 2006년 설치했는데 그 속엔 복지부동이 만연하다. 국방부 정원의 두 배가 넘는 방사청이지만, 전문가가 적고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감사가 두려워 책임지지 않으려니 의사결정은 늦고 무기 확보가 지연되는 게 다반사다. 사업 추진에 10~20년이나 걸린다. 이런 환경에선 신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방사청이 신속획득제도를 2020년 도입했지만, 올해 예산은 고작 658억원이다. 미국의 무기신속획득법령(OTA)에 따른 2019년 무기예산 74억 달러에 비교된다. (CSIS 보고서)

 미국의 경우 신속프로세서로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업체에 대해 수의계약 형태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한국은 반대다. 탐색개발(기술개발)-체계개발(시제품 개발)-생산 등 단계마다 경쟁 입찰한다. 방산업체가 새로운 기술과 무기를 개발하고도 최종 생산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잦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방산업계에 간다.
 방위사업 법령체계는 가분수 형태다. 무기 획득을 총괄하는 근거는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장관훈령)인데, 이를 추진하는 법령은 상위법인 ‘방위사업법’이다. 무기 획득에 관한 한 국방부가 방사청의 하위에 있는 셈이다. 이런 불균형 법령체계로 방사청엔 인력이 보강되고(1600명), 국방부엔 담당 인력이 훨씬 적다(140명). 국방부가 방사청을 감독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국방부가 안보상황을 고려해 먼저 추진해야 하는 무기사업이 방사청에 가면 순서가 뒤바뀐다고 한다. 방사청 개편과 법령 개정을 통한 국방부의 컨트롤 타워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 (한국국방기술학회)
 중요한 국가안보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이 신기술 또는 핵심기술을 개발하려고 해도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방사청 감독을 받기 때문에 국방부 지시가 변질하기가 일쑤다. 더구나 국방혁신 4.0에 필요한 AI나 클라우드, 로봇 등 핵심기술은 대부분 민간기업과 대학에 있다. 현재 제도로 이런 신기술을 제시간에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여건이다.

미 국방부, 민간기술 확보에 필사적
 미 국방부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 사례로 4성 장군이 지휘하는 육군미래사령부(AFC)를 2018년 창설해 아예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 뒀다. 미 육군 AI TF부대는 카네기멜런대학에 있다. 군이 민간기술 확보를 위해 필사적이다. 미 육군은 이런 시스템을 통해 5년 걸리던 소요 결정을 1년으로 줄였다.
 미 국방부는 무기획득부서 이름도 명확히 했다. 획득기술군수차관실을 연구공학차관과 획득운영유지차관으로 나눴다. 연구공학차관실엔 미사일방어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국방혁신단, 전략능력국, 우주개발국 등 11개의 차관보 또는 국장급 부서가 있다. 부서 문패만 봐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무기체계의 성능 기준인 군 요구성능(ROC) 제도는 대폭 개선해야 한다. 군에서는 대체로 ROC를 높게 정해 놓고 우리 기술로 개발하지 못해도 수정할 엄두를 못 낸다. ROC를 낮춰주면 방산업체 등의 로비를 받았는지 의심부터 받아서다. 그래서 무기 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 K2 전차 파워팩 개발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무인체계가 들어오면 ROC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AI가 적용되는 무인체계는 현장 운영에서 쌓인 빅데이터로 머신러닝 등 학습을 통해 성능이 점차 개선된다. 현재 ROC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 그래서 선진국에선 진화적 ROC를 적용한다. 작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성능을 내면 일단 생산하고, 이후 최종 목표 성능을 달성케 한다.

방산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무기를 생산하는 현장인 국내 방위산업계 환경은 열악하다. 대부분 방산업체가 규모의 경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드는 국내 업체는 한화와 LIG넥스원 등 4개뿐이다. 이런 규모로는 K방산이 어렵다. 과거 미국이나 유럽에선 1990~2000년대 초반에 방산기업 합병으로 몸집을 불렸다. 우리도 방산 글로벌화를 위해선 기업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한국방위산업학회)
 실제 미국의 경우 11척의 항공모함과 수백 척의 군함을 유지하는 데 조선소는 2개뿐이다. 한국엔 4개가 난립해있다. 고정익항공기는 미국엔 2개 업체가 맡고 있는데 한국엔 3개나 된다. 작은 업체의 중복 과잉이다. 방산업체는 드문드문 나오는 군의 물량을 채우고 나면 일감이 없다. 그래서 방산수출에 나서는 데 경쟁력이 떨어진다. 방사청 개청과 함께 폐지한 전문화·계열화를 핵심무기 분야에선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당경쟁을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술 분야에는 진입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
 무엇보다 방산비리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014년 방위사업합동수사단 출범 이후 방산비리로 기소된 인원 가운데 절반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인권 침해가 컸다. 투명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전문성과 효율성은 떨어졌다. 무기 소요 제기에서부터 생산·배치까지 절차만 140단계나 된다. 단계마다 방사청과 ADD의 갑질도 만만치 않다. 첨단 지능·과학기술이 필요한 국방혁신 4.0을 성공하려면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식 방위사업시스템을 과감히 고치고 열악한 방산업계를 개선해야 한다.

☞전문화·계열화=핵심무기 개발·생산에 과당 경쟁을 방지하고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문업체를 지정하는 제도(국방부령)로 1983년 도입. 그러나 특정업체 독점문제와 신규업체의 진입 장벽을 없애기 위해 방위사업청 개청과 함께 2009년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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