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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되살린 '여의도 저승사자'…'검수완박' 피해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18일 부활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기존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하 협력단)의 체제를 개편해 합수단을 새로이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취임사에서 “우선 당장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 실태에 대해 시급히 점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며 “합수단을 다시 출범시키는 것으로 그 첫발을 떼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새로 부활한 합수단은 검사와 수사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세청·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파견직원까지 총 48명으로 구성된다. 기존 협력단 검사 5명(단장 포함)과 검찰 직원(서기관·사무관·실무관 등) 29명, 유관기관 파견직원 12명에 검사 2명이 증원됐다. 기존 협력단에선 별도 조직에 편성됐던 검찰수사관 11명과 유관기관 파견직원 12명이 검사실로 재배치돼 검사의 직접수사를 돕도록 하는 게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검사 수가 늘어난 만큼 단일팀을 2개 팀으로 확대하고, 수사지원과를 설치해 검사의 직접수사 지원 및 일부 검사실 지휘사건을 처리토록 했다.

서울남부지검이 18일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개편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새로 출범했다고 밝혔다. 2020년 1월 폐지 이후 2년 4개월여 만이다. 사진은 서울 신정동에 위치한 서울남부지검 청사의 모습. 뉴스1

서울남부지검이 18일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개편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새로 출범했다고 밝혔다. 2020년 1월 폐지 이후 2년 4개월여 만이다. 사진은 서울 신정동에 위치한 서울남부지검 청사의 모습. 뉴스1

고검검사(차·부장)급인 합수단장은 기존 박성훈(50·사법연수원 31기) 협력단장이 일단 맡는 가운데 합수1, 2팀장은 이승학(49·36기)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 부부장검사, 이치현(47·36기) 기존 협력단 부부장검사가 각각 맡게 됐다. 각 팀엔 평검사가 2명씩 배치된다. 이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유예기간(4개월)에 구애받지 않고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지난 9일 공포된 개정 검찰청법엔 합수단 수사 영역인 경제범죄 수사권이 검사에 남겨졌기 때문이다.

합수1팀장에 내정된 이승학 부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첨단범죄수사1부·공정거래조사부 등을 거치면서 포스코 비리 의혹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및 뇌물수수 사건 등 굵직한 수사에 두루 참여한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2020년부터 2년간 한국거래소에 파견됐고, 지난 2월부터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에서 근무해 왔다.

합수2팀장에 내정된 이치현 부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옛 첨단수사2부) 등에서 활약하면서 특히 지식재산권 범죄 수사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엔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돼 계좌추적 분야 전문성도 쌓았다. 지난해 5월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팀에서 파견검사로 일했고, 특검이 끝난 뒤 남부지검 협력단 부부장으로 부임했다.

이 밖에 평검사들은 연수원 37, 39기 등으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팀에 파견됐거나 라임 사건 등 중요 경제범죄 사건 수사에 참여한 경험을 보유한 베테랑 검사와 금감원 출신 검사도 포진했다.

남부지검은 이와 관련해 “합동수사단 검사들은 FIU·금감원·한국거래소·금융조사부·수사협력단 근무 경력이 있는 전원 금융·증권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 고위간부 이후 이뤄질 후속 인사 폭에 따라 합수단 내 일부 구성원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 의지를 밝힌 뒤 지난 17일 취임사를 통해 "즉시 출범"을 예고했다. 사진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한 장관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 의지를 밝힌 뒤 지난 17일 취임사를 통해 "즉시 출범"을 예고했다. 사진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한 장관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처음 출범한 합수단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에 있다가 2014년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구역으로 둔 서울남부지검으로 옮겼다. 주가조작·시세조종·불공정거래 등 각종 금융·증권범죄와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로 성과를 내면서 ‘여의도 저승사자’란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부패 의혹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돌연 폐지했다.

지난해 9월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협력단 형태로 되살렸지만, 남부지검은 “검사 직접수사가 아닌 사법통제 중심의 협업 모델로 운영돼 효율성이 떨어지고 신속한 범죄 대응에 한계를 노출했다”며 “자본시장 교란 범죄 엄정 대응을 위해 금융위·금감원 특별사법경찰관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직접수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합수단 설치 필요성이 대두했다”고 자체 진단했다.

그러면서 “강제수사 등 검찰의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중요사건에 대해 관계관이 협업해 집중적이고 신속한 수사를 실시하겠다”며 “자본시장 교란사범에 대해 즉각적이고도 체계적인 수사를 통해 ‘주가조작은 반드시 적발·엄단된다’는 시장 규율을 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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