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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해" 친문 검사 질타한 정희도…'여의도 저승사자' 수장 물망

중앙일보

입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를 통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즉시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새 합수단장에는 정희도(56·사법연수원 31기)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임명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17일 취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우선 당장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 실태에 대해 시급히 점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며 "저는 오늘 즉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다시 출범시키는 것으로 그 첫발을 떼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서민 다중에게 피해를 주는 범법자들은 지은 죄에 맞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다시 룰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뉴스1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뉴스1

합수단은 검찰·국세청·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의 전문인력 40여명이 협력하는 전문 수사팀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의 하나로 조직했고 2014년 2월 서울중앙지검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옮겨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며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2020년 초 전국 검찰청의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합수단도 함께 폐지됐다.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은 "부패 의혹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어쩔 수 없이 해체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박범계 전 장관 때인 2021년 9월 검사의 직접 수사를 제한한 형태의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을 서울남부지검에 다시 만들었다. 협력단 내에 검찰 수사관과 관련 기관 파견 직원들로 구성된 금융·증권 범죄수사과를 설치하되, 소속 검사에겐 직접 수사를 하는 대신 각 수사팀에 대한 수사 지휘와 송치 후 보완조사, 기소·공소 유지 업무만을 담당하게 했다. 초대 협력단장은 박성훈(50·31기) 부장검사가 맡았다.

이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새로 출범하는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의 단장으로는 정희도 부장검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우선은 기존 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박성훈(50·31기) 단장이 합수단을 이어 받되, 조만간 단행될 법무부의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통해 정 부장을 합수단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 부장 아래에선 이승학(49·36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 부부장검사, 이치현(47·36기) 기존 협력단 부부장검사가 각각 1팀과 2팀을 이끌 전망이다.

재출범하는 합수단장 하마평에 오른 정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창원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친 뒤 한동훈 장관이 중앙지검 제3차장으로 근무하던 때 그 아래에서 방위사업수사부장을 지냈다. 이후 한 장관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오르자 대검으로 함께 옮겨가 감찰2과장을 지냈다. 이후 청주지검 형사1부장과 동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 등으로 복무했다.

그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 등을 통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달 13일 이복현(50·32기)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사직인사를 남겼을 때 "정권에 빌붙어 개혁 운운하며 검찰을 정권의 충견으로 만들려하며 검찰을 이 지경까지 망가뜨린 사람들은 뻔뻔하게 남아있는데 왜 이 부장이 나간다는 건가"라며 "그러지 말고 이 부장의 결기를 더해서 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보세, 부탁하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의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를 명령한 2020년 11월엔 이프로스에 "장관 혼자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었겠느냐.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검사와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전 정권에서 정권 주변부를 기웃거리거나 보신에만 열중하던 분들이 정권이 바뀌니 갑자기 검찰개혁의 화신이 돼 모든 요직을 다 차지하시고 온갖 막가파식 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정치검사들은 어차피 정권의 운명과 자신들의 운명을 하나로 볼 터이니 그분들이 하는 요즘의 막가파식 행태는 그닥 놀랍지 않다"고 친정권 검사들을 직격하기도 했다.

한동수(56·24기) 대검 감찰부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총장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지난해 12월에 역시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꼭 하셔야 할 말씀이 있으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말고 내부 게시판을 활용해주셨으면 한다"며 "'낙인찍기'의 진실, 그리고 검찰 내부인들이 감찰부장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감찰부장님의 진심,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을 보여달라"고 반발했다.

합수단이 다시 출범하면 라임자산운용, 신라젠의 주가 조작 사건 등 과거 합수단 해체로 차질을 빚었던 수사가 재개될지도 관심사다. 합수단 해체 소식이 알려진 2020년 1월 14일엔 주식시장에서 신라젠, 상상인, 상상인증권 등 당시 합수단의 수사 대상 기업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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