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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남국의 별별시각

"청문회서 말장난만…'부모찬스' 한동훈, 국제망신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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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10일 오전 3시 30분. 최근 열린 인사청문회 중 가장 오래 걸렸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난 시간이다. 새 정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보자에 걸맞은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진행됐지만 알맹이 없이 교묘한 답변으로만 가득했다. 국가의 공정과 정의를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나 진심이 담긴 사과는 없었다. 검사 시절 언제 어디서나 당당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말장난 같은 해명과 법 기술자다운 답변만 내놓는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한 후보자는 여러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충실히 해명하기보다 감추기에 급급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장녀의 언론 인터뷰를 내리고 이미 출간된 전자책 판매를 중단했다. 청문회 당일에는 장녀의 한국과학기술지원단 수상 내역이 삭제됐다. (※편집자 주=이와 관련해 한 후보자측은 '전자책은 청문회 당시 사이트에 계속 있었으며 현재 링크 작업을 위해 일시적으로 판매가 중단된 상태이고, 후보자 측에서 한국과학기술지원단에 수상 내역 삭제를 요청한 바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건 장녀의 스펙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을 고소한 것이다. 합리적인 정황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고, 후보자 측 반론도 기사에 반영했다. 전혀 문제 될 보도가 아니었다. 평소 언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알려진 후보자였기에 기자를 고소했다는 사실이 더 이상했다. 의혹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언론에 본보기로 재갈을 물린 게 아닌가 싶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 장녀의 능력만으로 온전히 이루어낸 성과라면 기자들을 고소할 이유가 없다. 장녀가 쌓은 스펙에 반칙과 편법이 없었다면 우리가 모르던 유능한 인재가 이참에 나타난 것이니 널리 알리고 칭찬할 만한 일이지 않은가.

이 자체가 떳떳하지 않다는 걸 증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한 후보자가 그렇게 감추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논문 대필 등 입시를 위한 부정 스펙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장녀의 논문을 케냐 국적의 벤슨이라는 사람이 대신 써줬다는 의혹에 대해 한 후보자는 “온라인 튜터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은 있지만 벤슨과 접촉하거나 도움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한겨레가 벤슨이라는 당사자와 직접 인터뷰해서 "내가 했다"는 답까지 받았는데 한사코 아니라고만 부정했다. 해당 논문 문서정보에 벤슨이라는 이름이 왜 기록돼 있는지 깔끔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장녀가 출판한 전자책의 표절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선 문제가 없다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청문회 직전 원저작자로부터 저작권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원저작자 허락을 받기 이전까지 6개월 동안은 명백히 저작권 침해다. 그럼에도 한 후보자는 “비영리라고 명시해 책을 올렸기에 저작권 위반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라는 논리를 반복했다. 타인의 저작물을 그대로 베껴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 올려도 문제가 없다는 뻔뻔함은 국민 눈높이에 현저히 못 미치는 윤리의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제대로 된 해명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사과라도 있어야 했다. 여러 의원이 청문회 동안 몇 번이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끝내 "죄송하다, 유감이다, 부족했다"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청문회 14시간 만에 마지못해 내뱉은 "잘 모르지만 송구하다"는 말은 사과로 받아들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해명도 사과도 부실했던 청문회를 마쳤지만, 애석하게도 결국 임명이 됐다. 그걸 알고 그렇게 안일한 태도로 청문회에 임한 것인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청문회는 끝났지만 장녀의 ‘부정 스펙, 부모 찬스’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허탈함과 박탈감만 남겼다. 케냐 언론은 이 문제를 이미 다뤘고, 뉴욕타임스도 곧 취재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제 국제적 망신만 남았다.

한동훈 후보자는 위법이 없음을 강조했다. 검찰 간부로서 자신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비공개하며 검찰 수사를 무마 한 것은 헌법상 방어권의 행사이고, 자녀의 논문과 봉사활동은 아직 입시에 활용할 계획이 없다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사정기관의 공직자가 본인의 비위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누가 봐도 양심과 직업윤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대필 논문을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한 것 자체로도 심각한 연구윤리 훼손인 것을 국민이 지적하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

이 모든 걸 다 떠나 가장 큰 우려는 검찰 공화국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이미 대통령실은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총무비서관, 부속실장, 공직기강비서관, 법률비서관 자리를 검찰 출신이 꿰찼다. 여기에 검찰을 관리·감독하고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측근인 한동훈 후보자가 차지했으니 가히 검찰 공화국의 완성이다.

대한민국에 산적한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대통령실이 이른바 칼잡이인 검찰 출신으로 가득 찼을 때 생기는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윤 대통령도 한 장관 청문회를 지켜봤을 테다. 국민이 보내는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