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경율이 고발한다

"민주 '팔짱 윽박'때, 내 옆엔 팔짱 낀 임은정…코미디 청문회"

중앙일보

입력 2022.05.18 00:01

업데이트 2022.05.18 13:28

김경율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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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청문위원인 최강욱(가운데),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배경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 모습을 합성했다. 그래픽=김현서 기자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인 최강욱(가운데),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배경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 모습을 합성했다. 그래픽=김현서 기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니, 그리고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진행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얘기다. 그날 내 발언이 한 후보자의 답변만큼이나 화제가 돼 동영상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민주당이 정권을 내주기 직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위장 탈당한 민형배(무소속·광주 광산) 의원 등 누구도 증인으로 출석한 내게 질문하지 않았다. 증인으로 선서한 이상, 만약 내가 사실에 어긋난 내용을 진술하면 위증 혐의로 나를 고소 고발하면 될 일인데 민주당 무리는 처음부터 아예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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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5월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박재호(부산 남구을) 의원 등이 증인석에 앉은 나를 향해 기세 좋게 "저거 공격해야 하는데"라며 서너 명이 질문을 던졌지만 이번엔 단 한 명의 질문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내 얘기를 듣고만 있었던 건 절대 아니다. 민주당 소속 박광온 위원장은 최강욱(비례)·이수진(서울 동작을) 등 자기 당 의원들이 내내 같은 자세를 할 때는 암말 않더니 나더러 뜬금없이 팔짱을 풀라고 윽박을 질렀다. 또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으로 증인으로서의 내 자질을 한참 동안 깎아내렸다. 잠시 현장 분위기를 옮겨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팔짱을 끼고 질문하는 '처럼회' 이수진 의원. [중앙포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팔짱을 끼고 질문하는 '처럼회' 이수진 의원. [중앙포토]

박광온 위원장: 팔짱 푸세요, 증인. 이것 푸시라고.

김경율: 이런 자세가 안 됩니까.

김영배 위원: 위원장님, 저런 증인을 여기 앉혀 놓고 인사청문회를 계속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 (김경율이) "지껄인다"는 표현을 하고 말입니다. 국민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 이게 뭡니까 지금.

민형배 위원: 저런 증인은 더 이상 인사청문회에 있으면 안 됩니다. 내보내 주십시오, 위원님들.

김종민 위원: 저런 거 때문에 (증인 채택) 하지 말랬더니 (국민의힘이) 그렇게 우겨 가지고서는. 뭐 정치 공격으로, 선동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이게 뭡니까, 이게? (국민의힘) 유상범 간사가 책임져, 다!

그리고 박광온 위원장이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요청을 마다하고 김남국 의원에게 허락한 의사진행발언도 한번 되짚어 보자. 김 의원은 이렇게 훈계했다. "증인이 지금 한 여러 가지 발언들은 전혀 증인이 경험한 것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에 있는 사실도 아닙니다. 청문회와 무관한 사실에 대해 정치적 선동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더 나아가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하는 민형배 의원에게 흥분해서 화내는 모습은 증인이 과연 이 자리에서 질의 답변할 수 있는 자격과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는 '처럼회' 김남국 의원. 김성룡 기자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는 '처럼회' 김남국 의원. 김성룡 기자

이에 대해 꼭 할 말이 있다. 방송 오디오에 안 잡혔는지 몰라도 내가 진술하는 내내 민형배 의원 등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지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답변을 방해했다. 또 전문성이 없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그날 증언한 내용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있었던 권력형 사모펀드 사기 사건 피해자를 내가 직접 만나 청취하고, 또 금융감독원 공시와 법인 등기부 등본 등 신뢰할 수 있는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정치적 선동의 장으로 국회를 이용한 건 내가 아니라 김남국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이날 분위기가 이렇게 시종일관 험악하진 않았다. 나와 같은 시간 증인으로 출석해 나보다 앞서 증언한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의 문답은 전혀 달랐다.

민형배 위원: 많은 국민들이, 시민들이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시고요. 그리고 5년간을 꼭 잘 버텨 주십시오.
임은정: 예, 버티는 것은 뭐.
민형배: 중간에 그만두실 생각은 전혀 없으시지요?
임은정: 추호도 없습니다.

정권을 내주기 직전에 오로지 검수완박 마무리를 위해 헌정 사상 유례없는 꼼수 위장 탈당까지 감행한 당사자를 비롯해 이날 법사위원 면면을 보노라면 권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청문회 당일 톡톡히 망신당한 최강욱·김남국 의원의 한국 3M, 이모 교수 논란을 굳이 소환하지 않더라도 온갖 성희롱 발언으로 당내에서조차 잦은 자질 시비에 시달리는 최강욱 의원부터 후보자가 답변하기 무섭게 "비꼬는 거냐" "내 질문이 웃기냐" "이런 식으로 할 거냐"고 술주정하듯 소리를 질러 때아닌 음주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수진 의원, 소속 단체라고 쓰여 있는데도 한 후보자 딸이 혼자 2만 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게 말이 되느냐고 윽박지른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갑)까지. 이렇게 권위를 내던진 이들을 앞에 놓고 위원장이 국회의 권위를 내세우려 내게 팔짱 운운한 것은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왼쪽)과 법사위원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방송 캡처]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왼쪽)과 법사위원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방송 캡처]

방송 화면엔 안 잡혔지만 실은 팔짱 실랑이 말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내가 "이런 자세 안 됩니까"라고 할 때 내 바로 옆의 옆자리의 임은정 검사는 슬그머니, 아주 조심스럽게 팔짱을 풀어 내렸다.

사람들이 이날 청문회 영상을 워낙 코미디처럼 대하면서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법사위는 다른 모든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이 거쳐 가는, 이를테면 상원 노릇을 하는 상임위다. 그만큼 각 당에서 유능하다는 의원들이 모여 있다는 곳이다. 민주당에 국한하자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사태 당시 조국 수호의 첨병을 자처했던 강성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핵심들이 포진해있다. 또 검수완박 법을 만들고 통과시킨 것도 이들이다. 국민들은 지난 9일 바로 그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수진·최강욱·김남국 의원 모두 처럼회 멤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팔짱을 끼고 질문하는 '처럼회' 최강욱 의원. [중앙포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팔짱을 끼고 질문하는 '처럼회' 최강욱 의원. [중앙포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을 게 있다. 청문회 당일 오전 내내 민주당 위원들이 부실하다며 한 후보자를 윽박질렀던 ‘자료 제출’ 얘기다.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에 이어 지명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을 위한 개인 정보 수집·이용 및 제삼자 제공 동의서’에 전부 ‘비동의’했다. 결국 당시 청문회는 본인 관련 자료 0건, 증인 채택 0건이었다. 그리고 이를 문제 삼은 민주당 의원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청문회 당일 증언을 위해 오후 3시에 국회를 갔다. 국회 잔디밭을 전전하다 정작 청문회장에 들어간 건 오후 10시였다. 그리고 2시간 가까이 증인석에서 바라본 민주당 의원들 모습은 가감 없는 봉숭아 학당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부끄러운 줄 모르는데, 이상하게 난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국민들에게 미안하다.

[김남국의 별별시각]"청문회서 만난 한동훈, 이제 국제적 망신만 남았다"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경율 회계사가 그날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보인 자질 문제를 지적한 칼럼에 대해, 법사위 김남국 의원이 그날 상황을 민주당 시각에서 바라본 글을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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