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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꾹꾹' 선원은 튀었다…'판매 반토막' 오징어 업체들 눈물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포항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마른 오징어를 맨발로 밟아 펴는 영상이 공개된 후 오징어 생산업체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영상을 본 네티즌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오징어 기피현상이 커지자 포항 지역 오징어 생산업체는 물론 포항시까지 비상이 걸렸다.

오징어 위생 논란은 지난 11일 외국인 노동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오징어를 펴는 모습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당시 베트남 국적인 A씨가 자신의 틱톡 계정에 ‘지난날을 추억하며’라는 글과 함께 마른 오징어 가공작업으로 보이는 1분가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남성 4명이 마른 오징어 옆에 둘러앉아 맨발로 오징어를 꾹꾹 밟아 누르거나 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북 포항의 한 수산물 시장 근무자로 추정되는 외국인노동자가 맨발(빨간원)로 마른오징어를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틱톡 캡처]

경북 포항의 한 수산물 시장 근무자로 추정되는 외국인노동자가 맨발(빨간원)로 마른오징어를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틱톡 캡처]

영상이 퍼지자 포항에서 마른오징어를 생산하는 업체 37곳은 비상이 걸렸다. “더러워서 마른오징어를 절대 못 사 먹겠다”는 네티즌 반응이 들끓으면서다.

영상 공개 직후 마른오징어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한 달 전쯤에 일정이 잡혀 있던 TV홈쇼핑 마른오징어 판매 프로그램이 영상 공개 이후에 방영됐는데 이날 판매량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영상의 여파가 그렇게 크게 나타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상을 올린 A씨는 한국에서 1년 이상 체류하며 외국인 근로자로 일해 왔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 영상이 삭제된 그의 틱톡 계정에는 지난해 1월부터 포항 시내 건설현장과 수산시장에서 근무한 영상이 게시돼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영상이 공개된 직후부터 탐문 조사 등을 통해 외국인 선원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지만 영상을 찍은 시점이 지난해인 데다 포항을 벗어난 것으로 보여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작업자들이 마른오징어 포장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작업자들이 마른오징어 포장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오프라인 건어물 판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마른오징어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발을 구르고 있다. 마른오징어 생산 과정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마른오징어를 가공할 때 맨발로 오징어를 펴는 등 비위생적 환경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탓이다. 포항시 조사 결과 A씨가 영상을 촬영한 장소는 마른오징어 가공업체가 아닌 포항 남구 구룡포에 있는 한 외국인 선원 숙소로 확인됐다.

포항 지역 한 수산물가공업체 대표 A씨는 “맨발로 오징어 작업을 하는 영상이 퍼진 뒤 포항 수산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확산되면서 수산물 업체들이 큰 타격을 보고 있다”며 “지역 수산물 업체들은 시청의 관리 아래 위생적 시설에서 상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문제의 영상 또한 공장이 아닌 선원들의 숙소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작업자가 소형 프레스 기계로 마른오징어를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인 선원들이 맨발로 했던 문제의 작업이다. 김정석 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작업자가 소형 프레스 기계로 마른오징어를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인 선원들이 맨발로 했던 문제의 작업이다. 김정석 기자

1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진행된 마른오징어 생산작업에서도 A씨 등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공장에서는 위생가운과 위생모를 착용한 직원들이 해동된 오징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두 차례에 걸쳐 세척하는 작업을 했다. 이어 쇠봉에 오징어를 1마리씩 끼운 뒤 다리가 엉키지 않도록 나무 꼬챙이(땡깃대)를 끼웠다. 그 후 영상 21도로 유지되는 건조실에서 6시간 동안 냉풍에 건조하는 과정을 거쳤다.

건조된 오징어는 작업대에서 소형 프레스 기계로 몸통을 폈다. 외국인 선원들이 맨발로 했던 문제의 작업이다. 작업이 끝난 오징어는 크기별로 구별해 포장하고, 금속 탐지기를 통과시켜 제품에 금속이 섞여있는지를 확인한 뒤 박스에 넣고 밀봉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오전에 입고된 냉동 오징어 1만여 마리(2t 분량)를 마른오징어로 만드는 작업이 이뤄졌다.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작업자가 오징어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작업자가 오징어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포항시 관계자는 “지역 수산물가공업체에서 냉동 오징어를 받을 때 한 차례, 출고에 앞서 한 차례 등 두 차례에 걸쳐 수산물 품질관리 연구센터에서 식중독균이나 살모넬라균 등 오염물질이 있는지 표본검사를 한다”며 “표본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업체의 생산물량 전체를 폐기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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