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아이티 심장병 어린이 36명 초청해 새삶 선물한 삼성병원

중앙일보

입력 2022.05.17 17:49

업데이트 2022.05.17 17:53

“기적이고 그저 꿈만 같아요. 한국의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

지난 13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 특별한 퇴원 파티. 이 자리에서 중남미 아이티 출신 맥클레이(2)의 엄마는 불어로 이렇게 감사 인사를 했다. 맥클레이는 ‘활로씨 4징’이란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났다. 심실중격결손과 폐동맥협착, 대동맥기승, 우심실 비대 등 심장 네 군데에 기형 증세를 보이는 병이다. 신생아 때부터 입술이나 손끝, 발끝에 청색증이 나타나 쉽게 발견되기도 하는 데다 조기에 수술해야 사망 확률을 낮출 수 있어 2살 되기 전에 치료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40살을 넘기지 못하고 숨질 확률이 높다. 그러나 맥클레이는 현지 여건 등으로 치료를 못 받다 지난달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발작을 일으켰던 맥클레이는 이날 병원이 준비한 빵을 손에 쥐고 밝게 웃었다.

맥클레이처럼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이티 어린이 36명이 올해로 10년째 삼성서울병원에서 제2의 삶을 선물 받고 돌아간다. 삼성서울병원 송진영 선천성심장병팀장(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티 지진 이후인 2013년부터 심장병 환자 발굴 사업이 시작됐다”며 “코로나19 이전까지 병원팀이 현지에 가서 아이들 상태를 직접 진료하고 수술이 가능한 대상을 선정해왔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13일 아이티 어린이들의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기념행사. 사진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13일 아이티 어린이들의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기념행사. 사진 삼성서울병원.

지난 2년여간은 코로나로 오고 가는 게 힘들어 이런 초청도 어려웠는데 전 세계적 확산세가 다소 수그러들면서 올 4월 2~7살 아이 6명을 데려올 수 있었다. 양지혁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병은 진행 중이지만 운 좋게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된, 초응급한 아이들은 아니었다”며 “수술이 잘 됐고 조금 늦어진 1명을 빼고는 일주일 내 퇴원했다”고 전했다. 모두 수술 경과가 좋아 20일 본국으로 돌아간다.

미국을 거쳐 한국에 오기까지 꽤 부담되는 여정인 만큼 이를 고려해 대상자를 정하는데 2018년 초청된, 맥클레이와 같은 병을 앓은 5살 아이는 상태가 나빠 입국 당일에 응급 수술을 한 적도 있다. 양지혁 교수는 “공항에 내렸을 때부터 청색증이 심했다”며 “수술을 못 한 채 근근이 버티다 비행기 여행을 오래 하며 상태가 확 나빠졌던 것이다. 외국에서 오는 만큼 웬만하면 희망적인 얘기를 하는데 수술장에 들어가며 보호자에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 후 10일째 별 합병증 없이 잘 퇴원했고 최근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낸다고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통상 입국한 뒤 수술, 퇴원, 외래까지 한 달 정도 일정을 잡고 오는데 치료비와 항공·숙박료 등은 병원과 오륜교회(다니엘기도회)에서 나눠 부담한다. 올해 입국 때는 비자 문제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병원이 신원 보증 기관이 되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 무사히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말이 안 통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식사가 입맛에 맞지 않아 종종 힘들어한다고 한다.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 양지혁 교수는 치킨을 사준 적도 있다. 양 교수는 “아이티는 양념이 잘 안 되어 있는데 한국 음식은 달고 짜다더라”며 “잘 먹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프라이드 치킨을 시켜준 적도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이렇게까지 병을 키워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 뇌에 이상이 있거나 발달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심장병은 치료하면 잘 큰다. 이렇게라도 치료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해외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낙후된 지역이 꽤 있다”며 “이런저런 관심을 갖고 병원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해외 어려운 환자를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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