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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검사 세자릿수돼야 공수처 정상화" 尹공약 정면반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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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5월 16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처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25명인 공수처 검사 정원을 세 자릿수로 늘리는 게 공수처 정상화”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공수처의 우선적 수사권을 규정한 공수처법 조항을 폐지해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라고 공약하자, 김 처장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취임 480일 김진욱 “미숙함 송구…검사 세 자릿수로 늘려야”

김 처장은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48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수처 검사 정원이 25명, 수사관 40명, 일반직원 20명으로 너무 적다”라며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최근 개청한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적정 정원은 검사만 세 자리 숫자다”라고 덧붙였다. 검사 정원을 4배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처장은 “그게 안 된다면 공수처법 원안의 숫자(50명)는 최소한 돼야 한다”라고도 했다.

공수처를 둘러싼 온갖 논란의 근본 대책으로 인력 충원을 지목한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1월 출범 이래 줄곧 ▶수사 능력이 떨어지고 ▶정치적으로 편향됐으며 ▶온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 불법 사찰을 해왔다는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김 처장은 “다른 모 기관은 대변인실만 20명인데, 우리 대변인실은 3명으로 1인 2역·3역을 한다”며 검사 2000명, 검찰 수사관 6200명인 검찰을 콕 집어 비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수처 정상화’를 정면으로 비판한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고위공직자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 24조를 폐지해 검찰이나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능하고 정치 편향적인 공수처를 정상화시키겠다”라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와 관련된 논란들의 근본 원인은 인력 부족에 있지 않다”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 인력 규모는 과거 중요 고위공직자범죄 수사를 도맡아 처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몇 배이고, 그러고도 대부분의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고 있다”라며 “황당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김종민(사법연수원 21기)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공수처가 지난 1년 동안 한 인지 수사가 단 한 건도 없고, 그나마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한 12건의 수사 중 윤 대통령 관련이 4건에 달해 정치적 편향성 논란만 일으켰다”라며 “이런 가운데 공수처장이 인력을 늘려 달라고 말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평가했다.

5월 11일 윤석열 대통령. 뉴스1

5월 11일 윤석열 대통령. 뉴스1

김진욱 “통신사찰 억울·오해·섭섭”…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인력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지휘부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수처에서 여러 논란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라고 기자가 말하자, 김 처장은 “상당히 오해받은 것도 많고 억울하고 섭섭하기도 하다”라고 항변했다. 무차별 통신조회를 통한 사찰 논란을 예로 들면서다. 사찰할 의도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니 오해를 사게 됐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책임을 평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김 처장은 “수사2부장이나 수사3부장은 아무 상관 없다”라고 말했다. 부장검사들 모르는 사이 일선 수사진이 아무런 통제 없이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다. 부장검사가 상관없으니 차장, 처장은 말할 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김 처장과 여 차장은 사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나와 혼란을 빚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공소심의위원회가 손준성(연수원 29기) 검사 등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지난 4일 이를 뒤집고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는데,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심도 있게 내부에서 논의하고 공심위 결과를 충분히 존중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성윤 공소장’ 보도 기자 통신사찰엔 “법원이 영장 발부” 책임 회피

공수처가 앞서 지난해 5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들에 대해 고위공직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인 검찰 관계자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수사하겠다”라며 통신영장 집행 등 강제수사를 벌이고 1년째 수사를 벌이고 있다. TV조선의 이성윤 황제 조사 의혹 보도 뒷조사와 더불어 “공수처가 언론을 상대로 통신사찰을 했다”라는 논란의 근거가 됐다.

김 처장은 이에 대해 “기자는 고위공직자가 아니어서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아니지만, 수사대상의 상대방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줬다”라고 법원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법조인은 “공소장은 법정에서 공개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비밀일 수 없고 그래서 공소장 내용이 미리 알려진다고 해서 검찰 관계자의 공무상비밀누설이 성립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관계자도 아닌 기자를 강제수사하는 건 무리한 수사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수처가 이달 4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직접 기소한 손 검사의 공소장 내용 역시 1회 공판 개최 전에 언론에 보도됐는데, “그때마다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취재원 뒷조사를 할 거냐”라는 얘기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 황태자인 이 고검장을 보호하고 공수처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던 언론사들에 보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기자를 수사하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공수처는 지난해 4월 김 처장의 이 고검장 관용차 에스코트(황제 조사) CCTV 영상을 보도한 TV조선 기자들을 상대로도 취재 경위를 캐기 위해 통신영장을 발부받고 통신사찰을 벌였다는 논란, 이에 따른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 등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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