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가짜 사건번호 양해해달라 전화" 前동부지검장 증언 [法ON]

중앙일보

입력 2022.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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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이성윤(60·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하던 2019년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과정에서 가짜 사건번호를 붙인데 대해 “양해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전 서울동부지검장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을 위해 서울동부지검장 명의의 가짜 사건번호를 붙였는데, 이 고검장이 해당 일선 검사장에게 전화를 해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죠.

수사팀은 이 고검장이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의 불법성을 인식하고도 사태를 무마하려 한 행동이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대검 반부패부장이 일선 검사장에 전화 걸어 “양해해달라”  

한찬식(54‧21기) 전 서울동부지검장(현 변호사)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이 고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2019년 3월 23일 오전 7시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 고검장은 한 전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그는 한 전 검사장에게 “김학의 전 차관이 간밤에 출국하려다가 출국이 금지됐는데 그 과정에서 서울동부지검 사건번호를 부여했으니 양해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하네요. 모두 한 전 검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증언한 내용입니다.

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일선 검사장에게 토요일 이른 아침 전화를 걸어 ‘양해’를 부탁해야만 했을까요. 당시 국민적 ‘나쁜X’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을 막으려다 가짜 사건번호를 동원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공소장 등에 따르면 전화를 걸기 7시간 전인 2019년 3월 23일 0시 8분, 이규원 검사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요청서를 법무부 산하 인천공항 출입국 부서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서에는 지난 2013년 김 전 차관이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 번호가 쓰였습니다. 즉 사건번호가 ‘가짜’였던 셈이죠.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막으려는 요청서가 가짜였다니, 당시 법무부 출입국 직원들조차 “양식도, 관인도 어뜩하죠(어떻게 하죠)” 라며 당혹해했습니다.

이른 새벽 졸속 절차가 동원되는 급박한 상황 속에 여기서 이날 재판에 나온 한찬식 전 검사장 이름이 등장합니다. 긴급 출국 금지한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승인받기 위한 행정 서류에 적힌 요청 기관이 이규원 검사가 있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대신 이 검사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있던 ‘서울동부지검장 한찬식 대(代) 이규원’으로 적힌 것입니다. 이규원 검사는 오전 7시께 사건 번호를 ‘동부지검 2019년 내사 1호’로 바꿔 적은 승인 요청서를 다시 법무부에 전달합니다.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동부지검장인 한 전 감사장에게 “양해해달라”고 전화한 것도 바로 이 시간대네요.

한찬식 “동부지검은 결부말라” 거절…“언론보도 보고 알았다”

이 고검장의 “양해해달라”는 말에 검찰과 이 고검장 측 변호인 모두 주목했습니다. 한 전 검사장은 “문제가 없게 해달라는 청탁성(부탁성)으로 받아들이긴 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한 전 검사장이 상황을 모르는데 출금 요청이 이뤄진 것을 양해 내지 추인해달라는 취지로 말입니다. 출금 요청은 수사기관장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이 검사는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엔 이미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승인 요청서에선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적었다.[중앙일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이 검사는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엔 이미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승인 요청서에선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적었다.[중앙일보]

그러나 한 전 검사장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서울동부지검과 관련 없으니 결부시키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한 전 검사장은 김 전 차관의 출금을 위해 이규원 검사가 사건 번호를 부여받은 과정이나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고 본 적도 없다고 하네요. 그는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문서를 정작 당사자는 몰랐다니 기묘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 해당 문서를 만든 이규원 검사는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자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긴급 출금을 요청하면서 서울동부지검장 이름으로 작성된 요청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한 전 검사장은 “몰랐다”, “결부시키지 말라”고 했다는데 앞선 재판에서는 조금 다른 진술이 나왔습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한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 윤원일 검사(36기)가 대검에 ‘수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보내고 난 뒤 그의 상관인 형사3부장 검사는 윤 검사를 불러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의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당시 장준희 부장검사는 윤 검사에게 “대검에서 (수사)하지 말라는데?”,“한찬식 동부지검장이 (이규원 검사의 출국금지 승인요청서 대직 날인을) 승인했대”라고 말했다는 재판 증언이 있었죠.

한 전 검사장은 긴급출금 당시 이규원 검사가 서울동부지검 당직 검사에게 이를 알린 것 역시 긴급 출금을 요청한 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검사생활 27년 넘게 해봤지만 일선에서 긴급 출금한 예가 없고 요건도 까다로워서 긴급 출금 자체가 되냐 안되냐도 논란이 있었다”고 평가했네요. 다만 “제 명의가 도용돼서 위법하다 이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에서 30년 가까이 간부까지 지낸 사람인데 검찰 내부적인 수사 문제로 인해서 증인까지 서게 돼서 난감하고 안타깝다”며 “재판장이 현명하게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7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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