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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대장동, 돈으로 막느라 지쳐…천화동인 원 ○○것”[法ON]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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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음파일'은 여전히 법정에서 재생되고 있습니다. 파일 총 60여개 중에 이제 10여개 정도를 남겨두고 있는데요.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가 심리한 공판에서는 2020년 하반기와 2021년 상반기의 일부 대화가 재생됐습니다.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수익 배분을 두고 논의하던 시기입니다.

◇김만배-유동규 700억 약정설? 
먼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기로 했다는 이른바 '700억 약정설'이 녹음파일에서 확인됩니다. 지난 2020년 10월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건데요.

다른 날 통화에서는 이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갑니다. 유 전 본부장이 다시마 비료 회사를 차리면 김씨가 그걸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방식, 또 유 전 본부장이 세운 시행사에 김씨가 투자하는 방식 등입니다.

▶김만배="걔(유동규)는 다시마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회사를 차리겠대. … 그 회사를 나보고 사래."

2020년 11월에도 김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2025년 정도 되면 10년이 되니 사업 이익을 투자 형식으로 주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뒤, 이 대화를 정 회계사에게 전합니다. 2021년 2월 대화 녹음에서도 유 전 본부장은 김씨에게 다시마 비료 회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유동규 소문에…입막음용 성과급 지급"  
이 '700억 약정설'은 결국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과도 연결되지요.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나눠주겠다고 한 700억이 결국 화천대유가 100% 소유한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에서 흘러나왔을 것이란 의혹 때문인데요. 이날 법정에 흘러나온 녹음파일에 따르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유 전 본부장을 가리키는 듯한 부분이 나옵니다.

▶김만배="천화동인 원(1)이 내 꺼가 아니라는 건 알아." (2020년 10월)

▶김만배=천화동인 원(1)이 유동규 것이라는 소문이 회사 내에 났어." (2021년 2월)  

2020년 10월 이 이야기를 직접 들은 유 전 본부장은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며 입막음을 당부하는 듯합니다. 자신은 "그런 얘기를 입 밖에도 내본 적이 없다"며 "조심했어야 했던 것 같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유 전 본부장은 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 위례를 지나 여기까지 왔다"면서 "문제가 없이 끝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대목에서 화천대유 직원들에게 높은 성과급이 지급된 이유도 엿볼 수 있습니다. 기존 김씨 주장은 "사업이 크게 성공해 임직원들에게 막대한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날 검찰 설명은 좀 달랐습니다.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벌어진 각종 로비 정황에 대해 직원들이 알게 됐고, 이를 막기 위해 약 280억원 상당이 성과급으로 책정됐다는 겁니다. 이날 재생된 2020년 10월 대화 녹음에서 김씨는 "돈으로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곽상도 아들도 언급 "회사 막내인데 50억원 가져가냐" 

화천대유의 정관계 로비 정황은 이날 녹음파일에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2020년 7월 김 씨가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은 막느라고 너무 지친다"면서 공무원 접대, 시의원 골프 접대 등을 언급하며 토로하는데요. 정 회계사는 "어려운 자리"라며 맞장구를 칩니다.

2020년 10월에는 화천대유 사업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어떻게 돈을 지급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집니다. 유 전 본부장은 "변호사들이야 변호사비로 주면 된다"며 자문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거론합니다. 화천대유의 이른바 '호화 고문단'이 떠오르는 대목이지요.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에서 일했던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아들과 박영수 특검 딸의 이름도 언급됩니다. 두 사람에게는 변호사 자문료 형식의 지급이 어려우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김만배="두 사람은 고문료로 안 되지."

▶유동규="그게 아들한테 주는 수밖에 없어요."

(중략)

▶김만배="회사의 막내인데 50억원을 어떻게 가져가."

그간 김씨는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거액의 퇴직금에 대해 "조카처럼 아끼던 곽 씨가 일하면서 건강이 악화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 하게 된 데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설명해온 바 있습니다.

한편 곽 전 의원이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곽 전 의원 측은 "아들이 50억원을 받은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언론 보도로 공론화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는 입장입니다.
(관련 기사: 정영학-곽상도 엇갈린 기억...“삼수갑산 가더라도”는 무슨 뜻 [法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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