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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만 팔아선 미래 없다, 정유사들 ‘탈정유’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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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GS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플러스 허브(energy plus hub)’. 도심항공교통(UAM)을 위한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등 을 갖추게 된다. [사진 각 업체]

GS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플러스 허브(energy plus hub)’. 도심항공교통(UAM)을 위한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등 을 갖추게 된다. [사진 각 업체]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정유업계가 ‘탈(脫)정유’ 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공급망 위기·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2분기에도 장밋빛 실적이 예고되지만, 정유 사업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낙점하고, 단계별 사업화 로드맵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석유 대신 식물 자원을 원료로 각종 에너지원과 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현대오일뱅크는 원료 조달·제품 추출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 [사진 각 업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 [사진 각 업체]

현대오일뱅크는 우선 기름찌꺼기와 폐식용유, 땅에 떨어져 상품성이 떨어진 팜 열매 등 비식용 자원을 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업화 1단계로 현대오일뱅크는 내년까지 충남 대산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 t 규모의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짓는다. 2단계로는 HVO를 활용한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 생산에 돌입한다. 이어 2026년까지 글리세린 등 화이트 바이오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케미칼 사업으로 확대해 3단계 구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도 화이트 바이오 제조 공장을 건설·운영해 2030년까지 연산 100만t 규모의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참고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선박유·항공유 시장에서 바이오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2030년까지 전체 이익에서 화이트 바이오,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 등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7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시설’. 제품 질을 높이는 동시에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여준다. [사진 각 업체]

에쓰오일의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시설’. 제품 질을 높이는 동시에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여준다. [사진 각 업체]

GS칼텍스는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국에 위치한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UAM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LG유플러스·제주항공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컨소시엄 참여 회사들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UAM 그랜드 챌린지(K-UAMGC)’ 1단계 실증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UAM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비행체의 안전성, 교통관리 기능시험 등을 통합 운용하는 프로젝트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주유소에 UAM 수직 이착륙장을 구축할 경우 다른 장소와 비교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주유소를 UAM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 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드론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소와 전기차 분야도 정유업계의 공통 관심사다. 올해 초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블루수소와 블루암모니아를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활용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수소·암모니아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을 통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더이상 석유를 원료로 하는 정유·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며 “앞으로 친환경 신사업이 차지하는 사업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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