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 딸 운 좋아"…조민·정유라 '스펙쌓기' 불법된 순간

중앙일보

입력 2022.05.11 05:00

업데이트 2022.05.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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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딸 스펙 의혹에 대한 공방이 10일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영리법인인 ‘한국쓰리엠’을 한 후보자 딸로, 이종사촌 언니가 외숙모인 ‘이모 교수’와 함께 쓴 논문을 후보자 딸이 이모와 함께 쓴 논문으로 오인해 헛발질했지만 핵심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처럼 ‘부모 찬스’로 스펙을 쌓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죠. 그중에서도 한 후보자 딸이 국제 학술사이트 등에 등록한 논문의 표절·대필 의혹이 가장 큰 논란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왜 내 딸처럼 한 후보자의 딸의 (국제학교) 생활기록부에 대해 즉각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가”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대목입니다.

‘스펙 쌓기’가 위법이 되는 그 순간, 쟁점들을 짚어봤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성룡 기자

현실판 스카이캐슬? 스펙 쌓기가 불법 된 죄명은 ‘업무방해’

평행우주처럼 전‧현직 법무부 장관 후보 모두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이 집중됐던 자녀 입시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단골 행위이기도 합니다.

흔히들 ‘관행’이라고 변명하지만, 아무리 관행이라 하더라도 사실로 입증되고 범죄구성 요건을 갖추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됩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이나 착각 등을 일으키고 이를 이용했다면요. 특히 판례에서는‘적정성’또는 ‘공정성’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점수를 매기는 평가자를 속여 평가업무의 공정성, 적정성을 방해했다는 것이 핵심이죠.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일자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는 곧바로 한 후보자 부부를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했습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딸의 논문 대필 의혹을 지적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방해죄나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업무방해죄의 법적 쟁점은 ‘미수냐, 기수냐’, ‘어디에 쓰였냐’는 등입니다. 실제 입시에 사용해야만 해당 학교의 입시를 방해한 혐의가 성립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입시에 사용할 계획도 없다”며 “학교에도 (해당 논문을)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방어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동훈 장관 후보자 딸 대필 작가 추정인물. 중앙포토

한동훈 장관 후보자 딸 대필 작가 추정인물. 중앙포토

주된 의혹은 케냐 출신 온라인 튜터인 벤슨(Benson)에게 딸의 논문을 대필시켰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한 후보자는 해당 논문들은 고등학생이 연습용으로 리포트 수준의 2∼6페이지의 짧은 영문 글들을 모은 ‘습작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딸이 학습 과정에서 원어민 가정교사로부터 온라인 첨삭 지도 등의 도움을 받은 적은 있는데 (케냐인) 벤슨이라는 사람과는 어떤 접촉을 하거나 돈을 준 적은 전혀 없다고 한다”고 의혹을 적극 부인했습니다. 다만 해당 온라인 튜터와 벤슨과의 연결고리 등은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이에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친이모가 미국에서 미국 대학 입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딸 둘을 미국 최고의 유펜(펜실베이니아 대학) 치대에 보냈다”며 “이모에게 스펙관리 컨설팅을 받은 게 아니냐”고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친이모가 돈주고 컨설팅 받을 관계는 아니지 않느냐. 또 컨설팅 받는게 불법은 아니죠”라고 되받기도 했습니다.

한 후보자는 다른 논문의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저작권법 위반까지 언급됐지만, “(논문을) 우리나라 ‘카피킬러’라는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4% 정도 나온다. 역으로 비교 대상이 되는 자료는 50% 이상의 표절률이 나온다”고 조목조목 반박했죠.

딸의 봉사 활동에 대한 기사와 관련해서는 현지 유수의 언론에 낸 게 아니라 인터넷 홍보지에 실린 것이라 미국 대학 진학용 스펙으로 쓸 수 없고, 실제로 봉사 활동을 3년 가까이 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연합뉴스]

빗나간 자식 사랑? 업무방해 유죄일 때는…왜?

이에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딸인 조민 씨와 똑같은 잣대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한 후보자의 해명이 “뱀처럼 교묘하다”며 억울해했죠. 앞서 조 전 장관은 관련 기사들을 공유하며 “이에 대한 즉각적인 압수수색은 왜 이뤄지지 않고 있는가”, “일부 언론은 왜 이런 선택적 수사를 비판하지 않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유죄 판단이 내려지거나 수사 대상이 된 사건들을 살펴보면 업무를 방해받은 주체가 뚜렷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이른바 딸 조민씨의 ‘7대 허위 스펙’이 제출된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탈락)과 부산대 의전원 입시(합격)에 쓰여 업무방해 등으로 지난 27일 징역 4년이 확정됐습니다.

고교 과정이 4년제인 미국계 국제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후보자 딸이 미국 대학의 입시를 방해한 건 아니지만 ‘컨설팅’(대필)받은 논문을 교과목 리포트로 제출해 성적을 받았다면 경우에 따라선 해당 국제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조 전 장관 부부의 경우 2016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다니던 아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과목 온라인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준 혐의로도 재판 중입니다. 당시 검찰은 조지워싱턴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에선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응시한 딸 정유라씨를 입학시키기 위해 면접위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돼 징역 3년을 확정받았습니다.

이모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2016년 대학생이던 딸 A씨의 연구 과제를 위해 제자들에게 동물실험 및 논문 작성을 지시했고, A씨는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 치전원에 합격한 혐의(업무방해)로 1심이 진행 중입니다. A씨는 이후 합격이 취소됐죠.

잘 알려진 숙명여고 쌍둥이들은 고교 1학년이던 지난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전 과목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아버지 현씨는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은 바 있습니다.

'비선실세' 논란의 중심 최서원씨. 장진영 기자

'비선실세' 논란의 중심 최서원씨. 장진영 기자

이를 의식한 것인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자녀는 인턴을 했다며 허위 증명서를 만들어내고 조작된 서류를 내서 대학 전형에 합격해 다른 학생이 피해를 봤다”며 “한 후보자의 자녀가 스펙을 쌓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나”라고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진중권 전 교수는 “미수냐 완수냐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한 후보자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아니고, 제 딸이 운이 좋고 사회적 혜택을 받은 거라고 가족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며 “저희 가족 모두 봉사하는 삶을 살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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