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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줄섰다…BTS 공연 방불케한 尹취임식 좌석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날인 10일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줄 선 시민들로 국회 정문 앞이 붐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날인 10일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줄 선 시민들로 국회 정문 앞이 붐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시간 정도 기다릴 각오하고 왔다”
10일 오전 6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제일 먼저 줄을 섰다는 김모(42)씨는 “새벽 4시 반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8시부터 입장이지만, 자유석이라는 얘기를 듣고 간식까지 챙겨 왔다”는 그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약 5시간 앞둔 국회 앞, 김씨 뒤에는 10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1000명 대기에도 표정 밝은 취임식 풍경

10일 오전 6시2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식장 입장을 기다리는 참석자들. 석경민 기자

10일 오전 6시2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식장 입장을 기다리는 참석자들. 석경민 기자

참석자들은 의자 하나 없이 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취임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씨는 “윤 당선인이 180m를 걸어서 입장한다는 뉴스를 봤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전날 올라왔다는 허숙영(62)씨는 “서울 지리가 익숙하지 않아 늦을까 봐 어제 마지막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면서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참석자들의 다수는 ‘약 10년 만에 열리는 취임식’과 ‘정권 교체의 순간’에 함께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대통령실로부터 자유석에 초청을 받았거나 취임식 참여 추첨에 당첨된 이들이다. 강원도 원주에서 온 권성진(26)씨는 “10년 만에 열리는 취임식인 만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어 연차까지 내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올라온 김모(24)씨도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인 만큼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오전 7시 40분이 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300~400명 참석자의 입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입장 속도가 참석자들의 인원을 감당하지 못해 대기하는 사람이 사전 행사 시작 직전인 9시 30분까지 1000여명으로 늘어났다. 대기하는 참석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권성진씨와 윤성희씨가 받은 초청장. 석경민 기자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권성진씨와 윤성희씨가 받은 초청장. 석경민 기자

“취임식 보니 힘들었던 코로나 끝난 것 체감”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시작한 이후 사실상 첫 대규모 국가 행사인 만큼, 이번 취임식을 ‘엔드 코로나’의 시작으로 생각한 참석자들도 있었다. 대구에서 오전 1시 30분 버스를 타고 온 권경진(38)씨의 감회는 남다르다고 했다. 그는 “대구는 특히 코로나19로 힘들었다. 이번 취임식은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절이 끝나고 새로 시작하는 순간 같다”고 말했다.

취임식 참석 시민들로 붐비는 국회 앞. 국회사진기자단

취임식 참석 시민들로 붐비는 국회 앞. 국회사진기자단

경상도에서 온 이모(30)씨는 “코로나19 이후 첫 대형 행사라 바람도 쐴 겸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며 “이렇게 많은 인파는 몇 년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첫 행사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윤성희(41)씨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인 만큼 법치를 잘 이해하고, 법과 질서에 기반을 둔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문모(43)씨는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했지만, 직접 뽑은 대통령인 만큼 응원하고 싶어 올라왔다”면서도 “지금 일부 인선의 경우 사실 말이 많은 거로 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고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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