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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미했지만...11경기 만에 PGA 진출한 김성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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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AFP=연합뉴스]

김성현 [AFP=연합뉴스]

2020년 8월 김성현(24)은 월요예선을 통해 KPGA 선수권 대회 참가 자격을 얻었다. 120명이 참가해 8명만 들어가는 바늘구멍이었는데 김성현은 턱걸이(8등)로 통과했다.

한국에서 월요예선 통과자가 좋은 성적을 내는 건 흔치 않다. 그러나 어려운 메이저대회 난코스에 악천후까지 겹친 악조건에서 김성현은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월요예선 통과자가 우승한 건 김성현이 유일하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했다.

김성현은 지난해 말 콘페리 투어(PGA 2부 투어) Q스쿨 최종전에 참가했다. 40위까지 합격인데 39위로 아슬아슬하게 붙었다.

끝 순위라 8경기만을 뛸 수 있는 시드였다. 김성현은 그러나 초반 성적을 끌어올려 전 경기 출전권으로 격상시켰고 지난 9일 11경기 만에 PGA 투어 진출을 확정했다.

그는 이번 시즌 11경기에서 준우승 2회, 3위 1번을 했다. 현재 콘페리 포인트 2위다.

역시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화려하게 마치고 싶어한다. 김성현은 “올해의 선수상, 신인왕을 수상하고 1등으로 1부 투어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성현은 한 방이 있다. 2021년 5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골프 파트너 프로암 선수권 최종라운드 김성현은 12언더파 58타를 쳤다.

김성현. [AFP=연합뉴스]

김성현. [AFP=연합뉴스]

일본 투어에서 58타를 친 선수는 이시카와 료와 김성현뿐이다. 한국 투어에서 최소타 기록은 60타다. 김성현은 그 해 일본 PGA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한일 양국의 PGA 선수권 석권이다.

지난달 콘페리 투어 레이크 찰스 챔피언십에서 4타 차로 뒤지고 있던 김성현은 14번 홀에서 이글을 잡았다. 그래도 선두와는 2타 차였는데 김성현은 어려운 17번 홀과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연장전에 갔다. 3번째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클러치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성현은 2017년 프로가 돼 주로 일본에서 뛰었다. 어려서 키가 작았다고 한다. 그래서 운동을 많이 했다. 펀치력이 좋다. 2021년 일본 투어 거리 4위(306야드)였다.

1년 새 외모가 확 바뀌었다. 라식 수술을 해 안경을 벗은 것도 그렇지만 가슴이 넓어졌고 허벅지도 굵어졌다. 훈련 시간의 60% 이상을 체력 관리에 쓴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 김태우 씨는 “일본에서 58타를 기록한 후 자신감이 올라가 공격적으로 경기한다. 5~6언더파 치고 있어도 더 줄이려는 의지가 강해 몰아치기가 나오는 날이 많다”고 했다. 올해도 62타를 친 적이 있다. 평균 타수는 68.95타로 4위다.

◇김성현은
1998년 9월 17일 창원 생
프로전향 2017년
180cm, 82kg
한국체대
우승 2020 KPGA 선수권
2021 JPGA 선수권
콘페리 투어 포인트 2위

PGA 투어 CJ컵에 2번 참가한 것도 김성현의 눈을 뜨게 했다는 평가다. 김태우 씨는 “한번 출전할 때마다 최고 선수들의 경기를 접해, 경기 후 치는 볼의 구질이 달라지더라. 부드러운 스윙에 멀리 나가면서도 볼을 살살 달래 몰고 다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성현은 지난해 CJ컵에서 32위를 했다. 빅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이 있다.

김성현은 혼자 다닌다. 그는 일본 투어에서 코로나 입국 금지로 부모님이 따라갈 수 없어 혼자 여행하는 습관이 들었다. 미국에 갈 때 부모님에게 “혼자 다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태우씨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부모 있으면 신경 써야 할 일도 많다. 제대로 적응하려면 혼자 가는 게 낫고 기대보다 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은 1998년생으로 임성재와 동기다. 국가대표도 함께 했다.

임성재는 화려하고 찬스에 강했다. 콘페리 투어 데뷔전에서 우승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 준우승했다. 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했으며 2승을 거뒀고, 버디를 가장 많이 잡는 선수다. 시즌 한때 페덱스 랭킹 1위에 머물기도 했다.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했다.

그에 비하면 김성현의 시작은 미미하다. 그러나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노력하는 사나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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