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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한 노린 미니 SLBM 전력화 임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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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5월 10일)을 사흘 앞두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쏘면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가능성이 있는 미사일을 발사한 지 3일 만으로, 올해 들어서만 15번째 미사일(방사포 포함) 시위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이른바 ‘미니 SLBM’의 사정권이 한반도 전역인 만큼 대남 공격 무기체계로 평가한다.

군 당국은 7일 북한이 쏜 SLBM이 최고 고도 60여㎞에 약 600㎞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북한이 미사일 시험용 잠수함인 ‘8·24 영웅함’(고래급·2000t급)에서 발사했던 SLBM의 비행 특성과 거의 비슷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력화를 위해 같은 미사일의 후속 시험발사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군 당국은 최근 수리를 마친 북한 8·24 영웅함이 이번 미니 SLBM 시험발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발사한 SLBM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개량형이다.

북한 미니 SLBM ‘측면 기동’… 타원 형태로 궤도 바꿔 요격 힘들어

북한이 지난해 10월 8·24 영웅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7일 전력화를 위해 후속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북한이 지난해 10월 8·24 영웅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7일 전력화를 위해 후속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KN-23은 ‘활공 도약 기동’(비행 종말 단계에서 요격을 피하기 위해 치솟아 올랐다가 내리꽂듯 비행)을 하는데, 미니 SLBM을 쏠 당시 북측 발표에는 ‘측면 기동’(비행 도중 요격을 피하기 위해 타원 형태로 궤도를 바꿔 비행)이란 용어도 썼다”며 “KN-23을 요격이 더 어렵게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시험발사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두 차례 시험평가를 통해 기술적인 안정성을 입증한 만큼 전력화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다만 북한이 SLBM을 쏠 수 있는 실전 배치용 잠수함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이번에 발사한 미니 SLBM을 북한의 기존 재래식 잠수함에도 탑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 전 교수는 “현재 북한이 운영 중인 다수의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의 함교를 일부 개조해 미니 SLBM 한 발 정도를 발사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만일 기존 잠수함들을 미니 SLBM으로 무장한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소련이 1950년대에 설계한 로미오급 잠수함 20척을 1973년부터 95년 사이 중국에서 도입해 운용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노후화된 로미오급 가운데서도 5~10대는 개조해 SLBM을 탑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4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번 SLBM 발사 이후에도 관련 사실을 함구하고 있는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대통령 취임식 이후 7차 핵실험 등 일련의 도발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에도 북한은 세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공개하지 않다가 대통령 취임 나흘 뒤 ‘화성-12형’ 발사에 성공하고 이를 과시했다. 이번에도 허를 찌르는 형태로 도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7일 “북한이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5월 20~22일) 사이에 핵실험을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는 규모상 소형화·경량화 핵실험만 가능한 곳”이라며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하면 단거리 미사일에도 탑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와 일본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핵실험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CNN은 6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위성사진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3번 갱도 복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화물트럭이 핵실험장 지휘소 본부 건물 앞에 주차된 모습이 잡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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