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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만든 법 때문에 새 정부 73조 떠안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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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한 국회에서 지난해 법률 제·개정을 통해 늘어난 재정 부담이 향후 5년간 연평균 14조6113억원(재정지출 증가+조세수입 감소)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년도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재인 정부 막바지에 재정 부담이 큰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짐을 지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1년 가결 법률의 재정소요 점검’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2022∼2026년 추가되는 재정지출은 총 38조3203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5년 동안 정부의 재정지출이 연평균 7조6641억원씩 늘어난다는 얘기다. 반면에 같은 기간 세제 지원, 세금 감면 등을 통해 줄어드는 조세수입은 총 34조7261억원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6조9452억원이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재정지출과 줄어드는 조세수입을 합친 재정부담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14조61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정처가 지난해 가결된 법률 중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칠 법률 153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예정처는 향후 5년간 비용을 추계했는데, 그 이후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5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6%에서 50%대로 높아져 재정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점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윤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209조원이 필요한데,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33조원 이상의 수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보상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영아수당 등 효과 분석도 없이 신설 … 여당, 문 정부 막판 선심성 입법 논란

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르면 10일 윤 당선인 취임 직후인 이번 주 2차 추경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경 예산 대부분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올해 초 방역지원금 등을 주기 위해 편성한 1차 추경 예산은 이미 지급한 것으로 보고 제외한다. 이 때문에 이번 추경안은 윤 당선인 공약 50조원 중 1차 추경 예산(16조9000억원)을 뺀 33조1000억원에 방역·민생대책 예산을 추가해 편성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전체 추경 규모는 34조~36조원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20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에 육박한다.

예정처 분석에 따르면 재정지출을 늘린 분야의 경우 사회복지에서의 씀씀이가 가장 많이 커졌다. 연평균 2조3871억원을 더 써야 해 국가지출(지자체는 제외) 증가분의 38.2%를 차지했다. 영아수당 신설 등을 담은 아동수당법, 출생아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는 ‘첫만남이용권’ 같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등을 개정한 여파다. 나라살림에 영향을 주는 법률 가운데서는 코로나19 손실보상처럼 시행이 불가피한 것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영아·아동 수당이나 저출산 관련 예산처럼 재정지출 효과 분석 없이 선심성으로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는 정책도 있다. 현 정부 임기 막판에 재정부담을 키웠다는 점도 논란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문 정부가 펼친 확장 재정의 후유증까지 안고 출발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강 교수는 이어 “새 정부가 예산 낭비를 막고 민간 성장을 독려해 세수를 늘린다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려왔습니다 : 보도가 나간 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예산 증대를 수반하는 법률의 경우 여야가 상대방의 요구를 맞춰가는 과정을 거치고, 실질적으로는 여야가 합의를 해 처리한다”며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률안을 처리해 새정부에 떠넘긴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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