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값이 금값" 5월 대목에…"농사 접을래요" 화훼농가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2022.05.08 17:01

업데이트 2022.05.08 17:18

“거리두기가 풀리니까 꽃 사들고 부모님 찾아뵙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5월 장사가 연 매출의 절반이 넘는 꽃집 입장에선 감사한 일이죠.”
8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얘기다. 어버이날인 이날 시장은 꽃을 사려는 시민들로 종일 붐볐다. 한 상인은 “계속 전화 주문이 들어와 정신이 없다. 죄송하다”며 매대에 놓인 꽃을 사려는 손님을 몇 분간 세워두기도 했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로 꽃 선물 수요가 늘면서 ‘5월 대목’을 맞은 화훼시장은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꽃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꽃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거리두기 풀리자 꽃 시장도 ‘활기’

이날 꽃시장엔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손에 든 시민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재환(38)씨는 “성남에 사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기 전에 전화로 주문한 꽃을 찾으러 왔다. 코로나 때문에 최근 2년 동안 배달 서비스를 주로 이용했는데 올해는 직접 전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손님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꽃집 사장 최모씨는 “점포가 빽빽하게 모여 있다 보니 오길 꺼리는 손님이 많았는데 올해는 직접 와서 구경하는 분들이 늘었다”며 “요즘 잘 나가는 작약과 카네이션이 섞인 꽃바구니는 오전이면 다 팔리고 없다”고 했다.

한편 물가 상승 때문에 꽃 가격까지 오르면서 부담을 느낀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이날 꽃시장에서 파는 카네이션 꽃바구니의 가격은 대체로 3~4만원대였고, 5만원을 넘는 상품도 있었다. 장모(43·서울 관악구)씨는 “꽃값이 금값이라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확실히 작년보다 비싸진 것 같다. 같은 값이면 예전엔 꽃을 더 풍성하게 넣어줬다”고 말했다. 꽃시장의 한 상인은 “안 그래도 최근 꽃 원가가 올랐는데 어버이날로 수요까지 늘어나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이 구매한 꽃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이 구매한 꽃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카네이션의 절반을 차지하는 혼합 스프레이 품종의 지난 한 주간 평균 경매가는 서울 기준 1단에 6880원이었다. 같은 기간 5760원이었던 지난해보다는 19% 올랐고, 4000원이었던 2020년과 비교하면 72% 상승한 것이다.

외국산 카네이션 유입에 화훼농가 ‘휘청’   

화훼시장이 특수를 누리면서 생기를 되찾았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화훼농가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저렴한 외국산 품종의 대거 유입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21년 화훼수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돌파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특히 카네이션은 국내산 품종보다 저렴한 콜롬비아·중국산 품종 수입이 크게 늘어 올해 1분기에만 865만개 이상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약 486만개가 들어왔던 지난해보다 78% 증가한 것이다.

꽃시장에도 수입 카네이션을 취급하는 상인이 대부분이었다. 도매상 이모씨는 “웬만하면 국내산 품종을 들여오고 싶지만, 가격 변동이 워낙 심하다. 외국산도 품종 개량이 많이 돼서 품질 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을 10여일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화훼농가에서 카네이션 출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어버이날을 10여일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화훼농가에서 카네이션 출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여파로 “농사 접겠다”는 농민들

최근 유류비와 자재비 상승으로 인해 불어난 생산비용도 화훼농가엔 악재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입출국 제한으로 외국인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자 일할 사람 찾는 것조차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은 “수입은 그대론데 생산비만 전체적으로 30% 정도 올랐다. 카네이션은 수입 꽃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라 농사를 접겠다는 사람도 많다”며 “화훼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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