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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 아니라 '순찰'…서울 지키는 '댕댕이 순찰대'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서울 '반려견 순찰대' 몬트(7)가 강동구 일대를 순찰하면서 웃고 있다. 채혜선 기자

서울 '반려견 순찰대' 몬트(7)가 강동구 일대를 순찰하면서 웃고 있다. 채혜선 기자

“몬트야 저기 뭐가 잔뜩 쌓여있네. 한번 가볼까?”

셔틀랜드 쉽독 몬트(7)는 최근 ‘대원님’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몬트가 서울 ‘반려견 순찰대’ 일원이라서다.

서울 반려견 순찰대 대원이라는 직함답게 몬트가 주인과 하는 산책은 산책이라기보다는 순찰에 더 가깝다. 몬트 주인 이인예(32·여)씨는 서울 강동구 일대를 몬트와 걸을 때마다 동네 주민에게 해가 될만한 ‘안전 위해 요소’를 따져본다. 학교 주변을 지날 때라면 수상한 사람이나 구석진 장소는 없는지 등을 샅샅이 살피는 식이다.

‘반려견 순찰대’를 아시나요

2일 서울 강동구 일대에서 열린 서울 반려견 순찰대 시범 운영에서 반려인과 반려견이 산책과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강동구 일대에서 열린 서울 반려견 순찰대 시범 운영에서 반려인과 반려견이 산책과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 2일부터 전국 최초로 서울 반려견 순찰대를 만들어 강동구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일상적인 산책을 하며 거주지 곳곳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게 반려견 순찰대의 주된 업무다.

몬트는 지난 4일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순찰 활동에서 한 번도 짖거나 먼저 달려나가지 않았다. 산책할 때 낯선 사람이나 반려견을 보고 흥분하지 않는 등 돌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할 줄 아는 게 반려견 순찰대의 자격이라고 한다. 몬트 주인 이씨는 “반려견 순찰대라면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다니는 시끄러운 도심에서 지시를 잘 따르는 등 침착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날 강동구 내 한 초등학교 주변을 산책하며 근방에 쓰레기 더미 등은 없는지를 따져봤다. 아이들 등하굣길의 안전 위험 요소를 점검한 것이다. 이씨는 “낮에는 시설물을 주로 보고 새벽이나 밤이라면 주취자 신고를 한다”고 했다. 이어 “몬트가 번쩍거리는 조끼를 입고 돌아다니는 활동 자체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서울 '반려견 순찰대' 몬트(7)가 강동구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서울 '반려견 순찰대' 몬트(7)가 강동구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몬트를 마주친 일부 시민은 몬트가 입고 있는 ‘반려견 순찰대’라는 문구가 적힌 형광 조끼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씨는 “몬트가 순찰대 조끼를 입고 산책에 나서면 시민분들이 ‘기특하다’ ‘예쁘다’라는 말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주민 눈으로 순찰하다” 

2일 서울 강동구 강동경찰서에서 열린 ‘서울 반려견 순찰대’ 시범 운영식에서 허명구 강동경찰서장이 반려인·반려견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강동구 강동경찰서에서 열린 ‘서울 반려견 순찰대’ 시범 운영식에서 허명구 강동경찰서장이 반려인·반려견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현재 활동하는 반려견 순찰대는 64명(마리)이다. 이들은 주 3회 이상 강동구 일대를 산책하며 범죄 위험 요소나 생활 불편사항 등을 발견하는 지역 방범 활동을 한다.

최근 만들어진 서울 반려견 순찰대 SNS 모임에는 “저녁 산책 때 보안등(가로등)이 고장 나 있어 민원 접수를 했다” “공원 진드기 순찰을 했다” 등과 같은 활동 후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활동 시작 사흘 만에 올라온 글이 30개를 넘었다고 한다. 이씨는 이 같은 ‘생활의 발견’이 반려견 순찰대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봤을 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사소한 것이 주민 눈에서는 문제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시작하면서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이 생겼다는 이들도 많다. 순찰대원 ‘지니’는 지난 3일 SNS에 “오늘 산책 때는 집주변 쓰레기를 주웠다. (지니가) 조끼를 입은 순간부터 사명감이 생긴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대원들이 자발적으로 ‘동네 안전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며 “시민 눈높이에 맞는 치안이 진정한 자치경찰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반려견 순찰대는 다음 달 30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시범 운영될 계획이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반려견 순찰대를 통해 잠재적 범죄요인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존 문화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김학배 서울시 자치경찰위원장은 “지역 안전은 지역 주민 관심 속에 지켜진다”며 “강동구를 시작으로 해당 사업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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