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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분 없는 이재명의 국회의원 보선 출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87호 30면

대선 패배 58일 만에 반발 무릅쓰고 단행

인천 텃밭 전략공천…‘방탄출마’ 비판 자초

‘윤심’ 논란 속 안철수 분당 출마도 유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6일 전략 공천됐다. 대선에 패배한 후보가 58일 만에 의원직에 출마하는 건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1600만표를 득표한 당의 자산이 지방선거를 지원하려면 출마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선 “대장동 게이트 등 의혹 수사에 대해 의원 불체포 특권이란 ‘방탄복’이 필요해 민주당 텃밭에 출마하는 것”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 전 후보가 공천된 시점은 경찰이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4년 만에 성남시청을 압수 수색하며 이 전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를 ‘피의자’로 적시한 지 나흘 만이다. ‘방탄용 출마’란 의혹이 제기될 빌미를 자초했다 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대선에서 우리는 패배한 것이고, 패배를 성찰하며 더 성숙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한번은 보여 드려야 한다. 그것 없이 바로 출마하는 건 너무 빠르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물론 이 전 후보도 정치인이니 출마의 자유야 있다. 그러나 집권당 대선 후보 출신의 국회의원 보선 출마는 신중해야 한다. 우선 대선 패배의 책임으로부터도 아직은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대선 민의를 존중한다면 자숙하며 성찰하는 게 우선이다.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이 하나같이 일정 기간 동안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국민의 부름이나 요구가 있을 때 재기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후보는 패배 며칠 만에 ‘메시지 정치’를 재개했다. 또 지방선거 후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계양을이 지역구인 송영길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 공천에서 배제하자 비대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철회를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자성과 성찰은커녕 대선 다음 날부터 정계 복귀 시나리오를 짜고, 자신의 의원 출마를 위해 ‘송영길 카드’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당내에 파다하다.

더욱이 이 전 후보는 계양을과 아무 연고가 없다. 굳이 출마하려면 본인이 변호사 활동과 시민운동에 이어 8년간 시장까지 지낸 성남 분당갑에 나가는 게 상식적이고 정치 도의에도 맞는다. 이 전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 “단군 이래 최대 환수 실적을 낸 사업”이라 주장해온 점을 들어 야당은 대장동이 위치한 분당갑에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분당갑 보선 후보가 된 김병관 전 의원도 “이 전 후보의 출마가 대의에 맞고 당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자리를 비우겠다”며 양보할 뜻을 보였다. 그런데도 이 전 후보는 굳이 계양을을 선택했다. 손쉬운 당선을 노린 정략적 결정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전 후보 주변에선 “이 전 후보가 전국의 지방선거 후보들을 도우려면 당선 안전권인 계양을 출마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된 뒤 지역구 대신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선다면 계양을 유권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송 전 대표의 처신을 놓고도 비난이 거세다. 당 대표로 치른 대선에서 패배해 책임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별안간 ‘586 용퇴론’을 제기하더니, 정작 자신은 연고도 없는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정치를 희화화하고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분당갑 보궐 선거 출마를 6일 공식 선언했다. 안 위원장 역시 국민의당 후보로 3·9 대선에 출마했다가 윤석열 당선인과 단일화하며 후보를 전격 사퇴했다. 불과 두 달여 전 일이다. 분당갑은 안 위원장이 지배주주인 ‘안랩’이 있다는 것 빼고는 이렇다 할 연고가 없다. 민주당의 이심(이재명의 구상) 논란 못지 않게 윤심(윤석열의 구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선에 도전했다 실패한 여야의 거물 정치인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란히 출마하는 모양은 그 자체로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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