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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사상 첫 동성혼 흑인여성 대변인…'美행정부' 새 이정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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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장 피에르 차기 백악관 대변인과 젠 사키 현 대변인. [EPA=연합뉴스]

카린 장 피에르 차기 백악관 대변인과 젠 사키 현 대변인.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젠 사키(43) 백악관 대변인 후임으로 카린 장피에르(44) 수석 부대변인을 임명했다. 장 피에르는 첫 흑인 백악관 대변인이 됐다. 스스로 성 소수자임을 공개한 사람이 백악관 대변인 오른 것도 처음이다. 정부 공직자 구성에 미국의 인종과 민족, 성별을 고루 반영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을 닮은 정부' 철학을 반영한 인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장피에르 임명을 발표하면서 "카린은 이 어려운 일에 필요한 경험, 재능, 성실함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미국 국민을 위해 하는 업무에 대해 소통하는 데 있어 선두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카린은 나와 현 정부를 대변하는 강력한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장피에르를 소개하면서 "이 역할을 맡는 첫 흑인 여성이자 첫 LGBTQ+가 될 것"이라면서 "대표성은 중요하며, 그가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열심히 일하고 큰 꿈을 꾸면 진정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에 환상적이다. 축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성 소수자 전반의 성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장피에르는 "이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라면서 역사적으로 기록될 임명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연단에 서는 것은 어느 한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국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린 장피에르 차기 백악관 대변인. [로이터=연합뉴스]

카린 장피에르 차기 백악관 대변인. [로이터=연합뉴스]

5세 때 아이티 출신 부모와 뉴욕으로 이민

1977년 카리브해에 있는 프랑스령 마티니크에서 태어난 장피에르는 5세 때 부모와 함께 뉴욕 퀸스로 이주했다. 부모는 아이티 출신이다.

어머니는 가정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을 했고, 아버지는 택시 기사로 일했다. 맏이였던 장피에르는 맞벌이 부모 대신 동생 둘을 돌보며 자랐다.

뉴욕공대(NYIT)를 거쳐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마친 뒤 뉴욕시 정부에서 일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동남부 지역 정치국장을 지냈으며, 오바마 1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6년 진보 성향 시민운동 단체인 '무브 온'에서 선임 고문 겸 대변인을 맡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낙선에 앞장섰다.

2019년 6월 무브온이 주최한 포럼에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무대 위로 뛰어든 시민의 공격을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 해리스를 보호했다. 장피에르가 버텨준 사이 해리스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 변호사가 무대로 뛰어 올라와 공격자를 제압한 일화가 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선 캠프에 합류했으며, 해리스 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 부통령 후보로 낙점되기도 전에 장피에르가 비서실장으로 내정될 정도로 캠프 내에서 신임을 얻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수석 부대변인으로 백악관 공보실에 합류했다.

16세 때 커밍아웃…CNN 여성 기자와 동성 결혼

장피에르는 16세 때 어머니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렸다고 아이티 타임스는 전했다. 여성인 CNN 기자 수전 멜보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8살짜리 딸 솔레이(프랑스어로 태양이란 뜻)까지 세 식구가 워싱턴DC 지역에 살고 있다. 파트너인 멜보 기자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10년간 백악관을 출입한 베테랑 언론인이다.

사키 대변인은 5월 13일까지 근무한다. 이후 NBC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로 옮길 예정이라고 이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사키 대변인은 지난해 취임 초부터 대변인을 1년간만 맡을 계획이라고 예고해왔다.

바이든 정부의 '입'에서 상업 방송사로 직행하는 데 대해 해당 방송을 비롯해 미디어 업계에서 직업윤리의 문제를 제기했으나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키 대변인 후임으로 장피에르를 포함해 존 커비 현 국방부 대변인 등 다른 후보들도 물망에 올랐다고 CNN은 전했다. 공보 업무 베테랑인 커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자주 브리핑에 등장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장피에르가 최종 낙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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