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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국 금리 인상 ‘빅스텝’, 긴축의 시대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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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Fed 추가 인상 시사, 신흥국 ‘긴축 발작’ 우려

가계빚 관리하고 한·미 통화 스와프 추진해야

미국이 주도하는 ‘긴축의 시대’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또다시 올렸다. 통상적인 수준(0.25%포인트)을 뛰어넘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다. 이로써 Fed의 기준금리는 연 0.75~1%가 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5%)와의 격차는 0.5~0.75%포인트로 좁혀졌다. Fed의 이번 금리 인상 폭은 전문가들이 사전에 예상했던 수준과 부합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향후 두어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씩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르면 오는 7월에는 기준금리 상단을 연 2%까지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는 26일에는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을 방지하기 위해 한은도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Fed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조일 때 신흥국에선 ‘긴축 발작’이 일어난 경우가 적지 않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신흥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충격이다. 한국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로 주식·채권·원화 값이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시장금리(국고채 10년물)는 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은행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위기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여파로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무리한 빚을 얻어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들인 ‘빚투’ 가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위축과 채무 불이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은 지난해 말 기준 1756조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250조원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소규모 자영업자와 비영리 법인을 더한 가계 금융부채는 2200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섰다.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불안한 부분이다.

나흘 뒤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 비상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물가와 서민 생활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가계부채의 고삐를 단단히 조여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는 풀어야겠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초래해선 안 된다. 한쪽에선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는데 다른 쪽에선 대규모 재정지출로 돈 풀기 신호를 보내는 정책의 엇박자도 금물이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장치로 한·미 통화 스와프(맞교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외 불확실성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정파와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민생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