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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 내면 통장잔고 0"...'Fed 쇼크'에 영끌족 비상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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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4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긴축 가속화로 시장 금리가 오르며 대출자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4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긴축 가속화로 시장 금리가 오르며 대출자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2020년 말 서울 동대문구의 6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 산 직장인 김모(32)씨는 속절없이 불어나는 이자 때문에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영끌’한 신용대출 금리(연 3.65%)가 조만간 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전세금으로 3억5000만원을 마련한 그는 신용대출과 저축한 돈으로 차액을 메웠다. 매달 갚는 원리금(235만원)은 이미 월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금리가 더 뛰면 이자 부담은 15만원가량 더 늘어난다. 김씨는 “이자를 내고 난 뒤 통장잔고 0원에 맞춰 살고 있다”며 “앞으로 이자가 더 오르면 아르바이트라도 알아봐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영끌’족의 잠못드는 밤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 긴축의 가속 페달을 세게 밟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가 줄줄이 치솟으며 '이자 폭탄’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금리 수준이 높은 대출은 조기에 상환하고, 이자 수익을 높일 예금 상품을 따져보는 등 자금 운용 계획을 조정할 필요성이 커진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대로 근접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02~6.52%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말(연 2.92~4.42%)보다는 상·하단이 각각 2.1%포인트와 1.1%포인트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연 3.02~4.17%→3.50~4.94%)와 주담대 변동금리(연 2.62~4.19%→3.42~4.92%)도 큰 폭으로 오르며 연 5%대 수준을 코앞에 뒀다.

대출금리가 연일 치솟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출 조달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말 연 2.259%에서 지난 4일 연 3.643%로 1.39%포인트 뛰었다.

주담대 변동금리 지표금리인 신규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는 지난해 말 연 1.55%에서 지난 3월 연 1.72%를 기록해 2019년 6월(1.78%) 이후 3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금리 인상기 무리하게 대출로 주택을 매입한 대출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A씨가 20년 만기에 연 4% 변동금리형 상품으로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면 월 상환액은 212만원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A씨의 월 상환액은 19만원 늘어난 231만원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기존보다 228만원 이자 부담이 커진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60조9000억원)이 2020년 말보다 3조2000억원 늘어난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부담(305만8000원)은 16만1000원 늘어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변동금리 대출받은 가계는 연초보다 더 늘었다. 한은이 발표한 ‘2022년 3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3월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중 변동금리의 비중은 80.5%로 지난 1월(76.3%)보다 4.2%포인트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시장 금리가 향후 더 오를 수 있는 만큼 우선 보유한 대출상품의 변동금리 수준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강남금융센터PB는 “금리가 높고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 등 대출상품은 일부 상환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다만 이후에 다시 돈을 빌리려 할 때는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 만큼 자금계획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본부장도 “본격적인 금리 상승을 앞두고 최대한 대출 잔액을 줄여야 한다”며 “또 우크라이나사태 등으로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주식투자 비중을 줄여서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예금 상품도 눈여겨보는 게 좋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는 “금리 상승세를 예금 상품으로 누리려면 3개월 단위의 (회전식)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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