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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의 코브라볼…좌타자 약점도 삼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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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우영

정우영

위기를 맞으면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지킨다. 약점을 보완하면서 최고 ‘믿을맨’으로 거듭난 정우영(23·LG 트윈스)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홈런을 빼앗기 어려운 투수가 바로 정우영이다. 그는 지난해 단 한 개의 홈런도 내주지 않았다. 올 시즌엔 지난달 5일 키움 히어로즈의 야시엘 푸이그에게 홈런 하나를 맞았다. 2020년 10월 10일 NC전 이후 1년 반 만의 피홈런이다. 정우영은 “타구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내가 봐도 멋있게 날아가더라”며 빙긋이 웃었다.

마구에 가까운 ‘투심 패스트볼’ 덕분이다. 사이드암인 정우영이 던지는 투심은 꿈틀거리며 오른손타자의 몸쪽을 파고들듯 날아온다. 데뷔 초만 해도 평균 시속이 143㎞대에 머물렀지만, 꾸준히 몸을 불린 덕분에 이제는 150㎞를 넘는다. 제대로 맞지 않으면 땅볼이 되기 쉽다. 10개 던지면 그중 9개가 투심이지만, 타자들은 알면서도 못 친다.

정우영(오른쪽)의 공을 받는 유강남은 “신인 때부터 대담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중앙포토]

정우영(오른쪽)의 공을 받는 유강남은 “신인 때부터 대담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중앙포토]

김태균 해설위원은 “임창용의 뱀직구가 떠오른다. 디셉션(숨김 동작)도 좋기 때문에 오른손타자 입장에선 매우 치기 어렵다. 코브라가 입을 벌리고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투심이지만, 휘어져 나가는 공과 살짝 떨어지는 공을 번갈아 써 타자가 대처하기가 힘들다.

2019년 입단 초 체중이 80㎏ 언저리였던 정우영은 그동안 몸무게를 10㎏ 이상 불렸다. 체지방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근육량만 늘렸다. 그는 “트레이너와 코치님들 덕분이다. 무거운 걸 드는 운동과 함께 민첩성과 회전력을 키우는 운동을 병행했더니 구속이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우영은 빗맞은 타구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병살타를 유도한 확률이 무려 57%나 된다. 그래서 꼭 8회에 나가지 않는다. 6회나 7회에도 위기가 되면 한 박자 빠르게 등판할 때도 있다. 정우영은 “(등판 시점을)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준비하는 과정은 똑같다. 감독님이 나를 빨리 내보내는 건 그만큼 믿어주시는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우영도 약점이 있었다. 사이드암 투수의 투심은 좌타자의 먹잇감이다. 오랫동안 공의 궤적을 볼 수 있기에 왼손타자가 배트에 공을 맞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슬라이더를 이따금 섞지만 투심만큼 위력적인 공은 아니다. 데뷔 초엔 좌타자용 무기로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손에 맞지 않아 포기했다.

그런 정우영에게 영감을 준 선수가 바로 일본인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정우영은 다르빗슈가 왼손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투심의 동영상을 참고했다. 정우영은 “다르빗슈는 좌타자를 벽이라고 생각하고, 벽에 닿을 듯 말 듯한 투심패스트볼을 던진다”고 했다.

[정우영의 무기 투심 패스트볼] 사이드암으로 던진 공은 꿈틀거리며 오른손타자의 몸쪽을 파고든다. 평균 시속이 150km를 넘는다. 휘어져 나가는 공과 살짝 떨어지는 공 두 종류가 있다. 타자들은 알면서도 잘 치지 못한다.

[정우영의 무기 투심 패스트볼] 사이드암으로 던진 공은 꿈틀거리며 오른손타자의 몸쪽을 파고든다. 평균 시속이 150km를 넘는다. 휘어져 나가는 공과 살짝 떨어지는 공 두 종류가 있다. 타자들은 알면서도 잘 치지 못한다.

말처럼 쉽진 않지만, 올 시즌엔 왼손타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왼손타자 피안타율은 0.295였는데 올해는 0.071까지 낮췄다.

정우영은 2019년 LG 입단 첫해 신인왕을 받았고, 지난해엔 LG 투수 최다 홀드(27개) 기록을 새로 썼다. 하지만 아직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출전을 기대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동명이인 축구선수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국가대표로 발탁된 걸 보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올해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23세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로 대표팀을 꾸리기로 했기 때문에 정우영이 선발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프로야구 전적(4일)

프로야구 전적(4일)

한편 롯데 자이언츠는 4일 수원에서 KT 위즈를 5-0으로 이겼다. 롯데 선발 박세웅이 6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박세웅은 시즌 4승(무패)을 기록하며 팀 동료 찰리 반즈(5승)에 이은 다승 공동 2위로 올라섰다. 1번타자로 나선 안치홍은 2회와 5회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등 3타수 2안타 3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두산은 LG를 5-2로 꺾었다. 전날 8회 등판해 패전을 기록한 두산 마무리 김강률은 9회 1이닝 무실점하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는 9회 초 터진 하주석의 역전 만루홈런에 힘입어 SSG 랜더스에 8-5 역전승을 거뒀다.

정우영(LG트윈스)

출생 : 1999년 8월 19일
체격 : 1m93㎝, 95㎏
유형 : 오른손 사이드암
연봉 : 2억8000만원
학력 : 가평초-강남중-서울고
경력 : 2019년 2차 전체 15순위 LG 입단
2019년 신인왕
2021년 LG 단일 시즌 최다 홀드(27개)
2022년 성적 : 12경기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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