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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9월 아시안 게임과 한·중 선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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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혼성페어에서 금메달을 딴 이슬아(왼쪽)와 박정환. [중앙포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혼성페어에서 금메달을 딴 이슬아(왼쪽)와 박정환. [중앙포토]

한동안 뜨거운 이슈였던 신진서 대 커제의 10번기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중국 측이 “지금은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때”라고 했기 때문에 적어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는 다시 논의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 1위 신진서가 높이 떠오르고 중국 1위 커제가 살짝 가라앉으면서 한·중의 자존심 대결은 더욱 첨예해졌다. 특히 중국은 자신들이 주최하는 아시안게임에서만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근 10년간 세계 최강을 자부하며 여유를 보이던 중국 바둑이 신진서 한 사람에 의해 크게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은 3종목이 치러진다. 남자단체, 여자단체, 남자개인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단체와 혼성페어 3종목이었다. 혼성페어가 남자개인으로 바뀐 것은 커제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데 종목을 정한 이후 신진서가 커제를 따라 잡아버렸으니 중국 측의 근심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중국은 대담하게 누구에게도 시드를 주지 않는 전면 선발전을 감행했다.

그 결과 판팅위가 8승 1패로 1위, 커제와 양딩신은 6승 3패로 공동 2위, 구쯔하오와 리쉬안하오가 5승 4패로 뒤를 잇고 퉈자시(4승 5패)가 막차로 합류하며 6명의 선수가 확정됐다.(남자단체는 5명이 겨룬다)

중국 1위 커제는 판팅위를 이겼지만 구쯔하오, 셰커, 양딩신에게 졌다. 응씨배 결승에 올라 신진서와 대결을 앞둔 셰커는 커제를 꺾고도 탈락했다. 한국대표팀 목진석 감독이 경계 대상 1호로 꼽은 중국 2위 딩히오가 1승 8패의 처참한 전적으로 탈락한 것도 놀랍고 최근 잘 나가던 중국 4위 미위팅의 탈락도 놀랍다. 중국 입장에서는 딩하오와 미위팅의 부재가 조금은 가슴 아플 것 같다.

한국은 안전한 방식을 선택했다. 랭킹 1, 2위 신진서와 박정환은 시드를 받았다. 국가대표끼리의 선발전에서 변상일(3위)과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김명훈(8위)이 뽑혀 4명이 확정됐고 나머지 2명은 전체 선발전을 통해 곧 결정될 예정이다.

남자개인전은 한 국가당 2명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신진서가 확정됐고 나머지 1명은 선수단 내의 선발전으로 결정된다. 중국은 아직 미정이다. 코치진이 정한다는데 아무래도 선발전 1, 2위인 판팅위, 커제, 양딩신 중에서 뽑을 가능성이 높다. 커제가 출전하여 신진서-커제의 결승전이 성사된다면 그야말로 세계 바둑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역사적인 한판 승부가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 일정은 매우 빡빡하다. 5일간 하루 2판씩 개인전을 치른 뒤 하루의 휴식도 없이 곧장 5일간 단체전을 치른다. 신진서가 개인전 결승에 오른다면 10일간 모두 20판을 소화해야 한다. ‘체력’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제한시간은 각 1시간. 초읽기는 30초 5회. 1시간은 그리 짧지 않지만 30초 초읽기는 1분 초읽기에 비해 굉장히 짧아 AI 승률 90%도 곧잘 뒤집힌다. 30초라는 ‘속기’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한국이 금메달 3개를 싹쓸이했다. 이창호-이세돌이 출전했고 19세 박정환은 병역 면제를 받았다. 박정환과 이슬아는 혼성페어에 출전해 2관왕이 됐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바둑을 정식종목으로 선택한 것은 바둑 역사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로써 바둑은 온갖 논란을 끝내고 ‘스포츠’가 됐다. 그런데 다음 아시안게임이 2014년 인천에서 열렸는데 한국 측 조직위원회가 바둑 종목을 뺐다. 조훈현 9단 등이 나서 시위도 벌였지만 소용없었다. 올해 12년 만에 중국에 의해 부활했지만 다음에는 또 어찌 될지 그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한편 여자대표는 랭킹 1, 2위 최정과 오유진이 시드를 받았고 국가대표선발전에서 3위 김채영이 관문을 통과했다. 나머지 1명은 전체선발전에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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