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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엄포' 뒤 만난 한·중 북핵대표…"솔직한 대화했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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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노골적으로 핵 선제 타격 엄포를 놓으며 한반도 긴장을 높여가는 가운데 한ㆍ중 북핵 수석대표가 3일 처음으로 만났다. 점심을 함께 하며 3시간 넘게 협의를 이어갔는데, 북핵 문제 관련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ㆍ중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는 모습. 뉴스1.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ㆍ중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는 모습. 뉴스1.

노규덕-류샤오밍 첫 만남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방한 중인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만났다. 외교부에 따르면 노 본부장은 "북한의 최근 동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대화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류 대표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양측은 2시간 회담 직후 열린 1시간 30분 동안의 오찬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회담) 분위기는 굉장히 솔직했다"며 양측은 화상 또는 전화를 통해 접촉했기 때문에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본적으로 우호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오찬에선 더 부드럽고 비공식적인 분위기에서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고 덧붙였다.

다만 통상 "외교 회담에서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는 건 사실상 양측 의견이 평행선만 달린 상황의 우회적 표현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서로 이해 관계가 다른 협상에 대해 '솔직했다'고 평가하면 평행선을 달렸다는 뜻이겠지만, (이날 회담처럼) 의견 교환이 활발한 주요 사항에 대해선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류 대표의 방한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노 본부장과 대면 협의도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을 시작으로 미국을 거쳐 유럽 국가를 돌며 한 달 넘게 순방 중이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엔 미 워싱턴에서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났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북핵 독트린 전환ㆍ제재 논의

이번 회담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핵을 '억제용'을 넘어 '선제 타격용'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서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열병식을 지휘했던 군 수뇌부를 격려하는 모임에서 "적대 세력들에 의해 지속되고 가증되는 핵위협을 (중략) 선제적으로 철저히 제압ㆍ분쇄하겠다"고 밝혔다. 핵 공격의 조건을 "근본 이익 침탈 시", "적대 세력 핵 위협 시" 등으로 모호하게 표현해 선제 타격의 문턱을 낮춘 게 특징이다.

또 이날 협의에서 노 본부장은 한ㆍ미가 추진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구했다.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대북 추가 결의에 대해 반대해온 것은 물론, 최근엔 코로나19 이후 인도적 이유를 근거로 2019년 12월과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대북 제재 완화를 제안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건설적 역할' 미지수

이에 중국이 향후 얼마나 '건설적 역할'을 할지는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류 대표는 지난 1일 입국 때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반도 문제 관련 "모든 당사국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 북한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날 회담 후에도 취재진과 만나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화가 있다"며 "우리는 정치적 해결의 궤도에 있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최근 도발 행보를 염두에 두면서도 "결국 북ㆍ미 쌍방이 노력해야 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김흥규 아주대 미ㆍ중 정책연구소장은 "최근 중국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나름대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자꾸만 북ㆍ중ㆍ러 대 한ㆍ미ㆍ일의 냉전 구도에 갇혀 중국을 바라볼 게 아니라 한ㆍ중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내 대북 전선에서 중국의 협조를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오는 7일까지 한국에 머무른 뒤 중국에 돌아간다. 이날 오후엔 통일부에서 이인영 장관과 최영준 차관을 만났다. 통일부에 따르면 류 대표는 이 장관과 만나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일에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과 면담이 예정돼 있다. 방한 기간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내정된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도 만날 계획이다.

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는 모습. 통일부.

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는 모습.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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