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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쟁터에 원자로 설치, 비행기로 나른다…정말 안전할까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미 국방부가 해외 기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17 수송기로 이동이 가능한 이동식 마이크로 원자로를 도입한다. 4월 13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전략능력국(SCO)은 프로젝트 펠레(Pele) 환경 영향 보고서에 따라 건설 및 시험 결정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펠레에서 구상중인 이동식 마이크로 원자로.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프로젝트 펠레에서 구상중인 이동식 마이크로 원자로.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펠레는 브라질의 유명한 축구 선수가 아닌 하와이 제도 신화에 등장하는 불과 화산의 신의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효과를 위한 이동식 에너지(Portable Energy for Lasting Effects)”의 약자다. 프로젝트 펠레는 20피트 컨테이너 3~4개에 들어갈 수 있는 40t 무게의 원자로를 요구하고 있다. 설치되면 연료를 재보급하기 전에 최대 3년 동안 1~5㎿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냉전 시대에 이미 가동

미 국방부의 마이크로 원자로 계획에 앞서 냉전 시대 미 육군에 의해 소형 원자로 8개가 지어졌었다. 이들 원자로는 1954년부터 1977년까지 운영됐고, 미국 와이오밍주, 그린란드 캠프 센추리, 남극 맥머도 기지, 파나마 등에서 운영됐다. 이들 원자로는 신뢰도가 낮았고 운영에 큰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폐쇄됐다.

1950년대 개발된 ML-1 이동식 원자로. osti.gov

1950년대 개발된 ML-1 이동식 원자로. osti.gov

이들 마이크로 원자로가 폐쇄된 뒤 다시 부각된 것은 2010년부터다. 2010년 국방고등계획연구국(DARPA)은 업계에 마이크로 원자로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계획은 중단됐다. 2014년에 들어서 미 의회가 전진 및 원격 기지에서 운영할 “소형 모듈식 원자로” 보고서를 위한 연구 예산을 포함하면서 되살아났다.

2016년에는 국방과학위원회가 원자로가 제공할 수 있는 전력 요건을 제시했고, 2018년에는 미 육군 군수참모부(G-4) 보고서에서 국방과학위원회의 권고를 채택한 연구를 내놨다. 미 국방부는 2019년 1월 “프로젝트 다이리튬(Project Dilithium)”이라는 이동식 원자로에 대한 정보 요청을 발행했다. 프로젝트 딜리튬이 이름을 바꾼 것이 프로젝트 펠레다.

전진 기지 운용을 위한 목적

미 육군 군수참모부가 2018년 실시한 연구에서 마이크로 원자로를 설치할 수 있는 곳으로 그린란드 툴레, 태평양 콰절린 환초, 쿠바 관타나모, 디에고 가르시아, 괌, 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어센션 섬, 알래스카 포트 그릴 리 등 11곳이 꼽혔다. 이들 장소는 전장에 인접한 곳이 아니며, 프로젝트 펠레 관계자도 마이크로 원자로가 보다 전술적인 환경에서 사용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다이리튬 당시 발표된 이동식 원자로 배치 과정도. 미 국방부

프로젝트 다이리튬 당시 발표된 이동식 원자로 배치 과정도. 미 국방부

미 국방부가 이동식 마이크로 원자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었던 연료 소모와 잦은 보급선 공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미 국방부의 프로젝트 담당자는 펠레 마이크로 원자로 한 대가 연간 최대 100만 갤런의 디젤 연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 국방부는 새로운 원자로와 아이디호 국립연구소에서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종류의 핵연료를 합칠 예정이다. 새로운 원자로에 대한 실험은 2024년에 이루어지고, 2025년까지 시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만치 않은 반대론

프로젝트 펠레에 대한 핵 과학자들과 감시자들의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론자들은 몇 년 동안 원자로나 연료가 공격 중에 손상을 입거나, 도난당하거나, 또는 치명적인 고장을 겪을 경우에 대한 보고서와 분석을 여러 차례 내놨다. 그들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설계를 선정하고, 2년 안에 시험용 마이크로 원자로와 연료를 시험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반핵 시위 AFP=연합

반핵 시위 AFP=연합

안정성 문제에 대해서 미 국방부 담당자는 “고온 가스 원자로”인 신형 원자로와 고분자 저농축 우라늄 3구조 등방성 연료로 알려진 새로운 연료 모두 지난 구세대 원자로와 연료보다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자로 설계에는 현재 기밀로 분류된 보호 기능도 내장된다고 밝혔다. 또한, 원자로 주변에 방호벽을 세우거나, 지하에 매립하여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전방 기지에 필요한 전력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기후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을 실전 배치하고, 2050년까지는 전기 추진 차량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전기 추진 차량이 늘어나면 충전을 위한 전력 소모를 감당하기 위해서 새로운 전력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미 공군 연구소는 해군과 함께 우주 궤도의 위성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고 지상으로 마이크로파를 이용하여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소형화 기술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은 실정이다.

프로젝트 펠레의 1~5㎿의 출력은 모듈화를 통해 공장 제작 및 현장 조립이 가능하고, 탄순한 설계와 전기가 필요 없는 안전 계통 등 혁신 기술이 적용되어 안전성이 향상된 출력 300MWe 이하의 소형 원자로인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보다 작은 규모지만, 이동성을 높인 설계로 SMR이 진입하기 어려운 민수 시장을 뚫을 가능성이 높다. SMR 개발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도 미 국방부의 계획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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