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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기고] 중소기업 인력정책,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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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한국 경제의 성장은 선진국이 주도하는 무역질서의 확산 속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생산기지로 편입되면서 시작되었다. 저임금 노동력의 소비재생산에서 출발한 이후 자본 집약적인 중화학공업 위주로의 산업구조 전환에 성공하면서 경제 구조가 고도화되어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생산설비의 비중이 큰 주력산업들이 우리 경제의 성장기반이 되면서 제조업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성장패턴은 최근 들어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설비투자 의존적 성장패턴에서 탈피하여 산업용 로봇, 정밀기기, 바이오, 의료기기 등 신산업 분야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신산업에서 창출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수가 증가하면서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으나, 경제 구조는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향후에는 일부 혁신지향적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성과를 점차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인력에 대한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던 대기업의 핵심 성장요인은 우수 인력의 확보였다.

이제는 혁신과 글로벌로 무장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세계 무대로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인력 정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존의 중소기업 인력정책은 미래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전략적 접근보다는 현재 기업 수요를 반영한 고용안정화 대책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일자리 대책이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중소기업 인력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해야 할 중기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 최근 사회적 관심이 큰 청년 일자리의 경우, 지난 4년 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성과에 치우친 결과,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대기업에 비해 낮은 임금과 복지, 열악한 작업환경, 중소기업 CEO의 인력에 대한 인식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주장도 일견 타당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청년들이 입사 후 미래 비전에 입각한 생애소득 극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 판단된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 일시적이고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도 그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청년들은 좌절하게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생애소득 격차를 완화시켜 줄 수 있도록 중소기업 인력의 ‘안정적 성장 사다리’를 정책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평균 재직 연수가 5.7년임을 감안하면, 입사 이후 1년차-3년차-5년차-7년차 등 단계별로 체계적인 지원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입사 1년차에는 대학과 연계한 장학금 제도를, 3년차에는 OFF-JT 교육 기회를 통한 개인의 경력관리, 5년차에는 결혼 및 육아를 고려한 텔레워크 체계 도입, 7년차에는 청년주택 입주기회 확대 등 실효성이 담보된 과감한 지원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 지원대상은 혁신과 글로벌화에 적극적이면서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 및 중소·벤처기업을 1차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부적인 정책수립을 위해서는 중기부를 중심으로 범부처가 참여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질적 구조 변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인력정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 및 과감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차기 정부의 중소기업 인력 정책은 한 단계 발전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홍운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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