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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의 왕' 이대호 뒤를 잇고 있는 롯데 한동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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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연합뉴스]

'사직의 왕'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후계자로 손색없다. 한동희(24)가 프로 데뷔 5년 만에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2022년은 롯데 팬들에게 특별한 해다. 이대호가 시즌 뒤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구단 역사상 최고 타자다. 프로야구 최초로 타격 7관왕에 올랐고, 9경기 연속 홈런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해지만 이대호는 여전히 훌륭한 타자다. 타격 4위(0.364·27일 기준)에 올라 있다. 롯데 팬들이 아쉬워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흥분하고 있다. 이대호의 경남고 16년 후배 한동희의 성장 덕분이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연합뉴스]

한동희는 2018년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할 때부터 '리틀 이대호'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프로 초기 3루수로 뛰었던 이대호와 포지션이 같고, 힘과 정교함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한동희도 "이대호 선배님처럼 꾸준히 야구를 잘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대호도 "한동희가 언젠가 4번 타자를 맡아줘야 한다. 롯데 타선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눈에 띄진 않았다. 신인 때부터 줄곧 기회를 얻었지만 2년간 홈런 6개에 그쳤다. 타율도 2년 연속 2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2020년부터 조금씩 기지개를 켰다. 타율 0.278, 17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타율(0.267)은 조금 낮아졌지만 홈런 17개를 쳤다.

드디어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면서 타율 1위(0.418)를 질주 중이다. 지난해보다 공격적인 타격 덕분이다. 초구부터 배트를 내는 비율이 높아졌고, 망설이지 않고 스윙한다. 타석당 투구수는 4.04개에서 3.58개로 줄었다. 초구 타율은 무려 0.556이다.

롯데 홈인 사직구장은 홈런을 줄이기 위해 담장을 뒤로 밀고 높였다. 성민규 롯데 단장의 이름을 붙인 '성담장'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성담장을 처음으로 넘긴 선수가 한동희다. 사직에서만 세 번이나 아치를 그리며 홈런 1위(6개)를 달리고 있다. 타격 생산성을 보여주는 OPS(장타율+출루율) 전체 1위(1.213)도 한동희다.

27일 SSG전에서 2루타를 때려내는 한동희. [연합뉴스]

27일 SSG전에서 2루타를 때려내는 한동희. [연합뉴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솔직히 왜 한동희를 실패한 유망주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안된다.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비력을 갖춘 3루수라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튼 감독은 한동희의 타순을 7번에서 5번, 그리고 다시 3번까지 전진 배치했다.

27일 사직 SSG 랜더스전에선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1회 말 선두타자 안치홍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정훈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되자, SSG는 한동희를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 다음 타자가 4번 이대호인데도 말이다.

이런 작전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두산 베어스가 조성환을 거르고 이대호와 승부한 적이 있다. 이대호의 느린 발을 감안한 작전이다. 12년 전 두산은 이대호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SSG는 이대호를 상대로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다만, 상대팀도 피해갈 만큼 한동희가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롯데 자이언츠 3루수 한동희. [사진 롯데]

롯데 자이언츠 3루수 한동희. [사진 롯데]

한동희에게 여전히 이대호는 따라가고 싶고, 배울 게 많은 선배다. 이대호는 해외 개인 훈련에 한동희를 데려가기도 했다. 한동희는 "'리틀 이대호'란 표현은 과분하면서도 영광스러운 별명"이라고 했다. 이어 "입단 때만 해도 선배님이 엄청 무서워 보여 다가가기 어려웠다. 나를 먼저 챙겨주셨다. 집으로 초대해 식사도 함께했다. 지난 5년간 선배님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올해가 마지막 기회여서 더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전했다.

롯데는 개막 전 하위권으로 꼽혔지만, 4위(11승 1무 9패)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는 "우리 팀은 분위기만 타면 무서운 팀이다. 가을 야구에만 간다면 한국시리즈까지도 갈 수 있다"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동희가 그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한동희는 "대호 선배는 몇 년 뛰어도 될 것 같은데 은퇴하신다니 아쉽다. (내가) 더 잘해서 팀이 가을 야구를 하고, 선배를 웃으면서 보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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