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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는 '순한맛'…130번 핵산 검사 질려버린 3000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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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 위치한 광시 둥싱시 도심에서 방역 요원이 시민의 핵산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이탸오]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 위치한 광시 둥싱시 도심에서 방역 요원이 시민의 핵산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이탸오]

‘칭링(淸零·제로 코로나)’을 고수하는 중국이 상하이·베이징 등 대도시와 달리 지방 중소 도시에선 '막무가내식 원천 봉쇄'를 적용하고 있어 피해가 늘고 있다. 감염률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이들 20여개 지방 도시 3000여만 명은 완화 조짐도 없이 거듭 격리에 내몰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경제 마비와 민생 파탄 등 비난 여론에 봉쇄라는 용어 자체는 피하면서 엄격한 틀어막기 중이다.

루이리시 9차례 160일 봉쇄, 핵산 검사만 130회 #광시 둥싱 인구 13만 감소…쑤이펀허 90일 봉쇄

봉쇄로 중국과 미얀마 국경의 윈난 루이리시의 도심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사진=이탸오]

봉쇄로 중국과 미얀마 국경의 윈난 루이리시의 도심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사진=이탸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윈난(雲南) 루이리(瑞麗)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지금까지 9차례 총 160일 동안 봉쇄됐다. 첫 봉쇄는 지난 2020년 1월 26일 시작됐다. 35일간 이어졌다. 지난해 3월 31일부터 5월 6일까지 이어진 37일 봉쇄는 가장 길었다. 최근 봉쇄는 올해 3월 2일부터 23일까지 21일간 계속됐다. 루이리 주민 리상(李尙·가명)은 9번의 봉쇄를 겪으며 적어도 130번의 핵산 검사를 받았다고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 페이지) 뉴스계정 ‘이탸오(一條)’에 토로했다.

봉쇄로 돈벌이가 막막해지자 객지인들이 떠나면서 인구도 급감했다. 루이리 정부는 지난 18일 19만 명이 핵산 전수 검사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1년 4월 13일에 발표한 숫자는 38만 명이었다. 1년 만에 20여만 명이 줄었다. 등교 수업도 사라졌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의 교사와 학생 비율은 1:800에 이른다.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 위치한 광시 둥싱시의 봉쇄 직전 모습. [사진=이탸오]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 위치한 광시 둥싱시의 봉쇄 직전 모습. [사진=이탸오]

베트남과 접경한 광시(廣西) 둥싱(東興)시는 지난 24일 60일간 이어진 봉쇄가 풀렸다. 코로나 2년을 겪으며 관광과 베트남 무역에 종사하던 상주인구 20만 명은 최근 7만 명으로 줄었다. 3분의 2가 사라졌다.

헤이룽장(黑龍江)의 러시아 접경 도시 쑤이펀허(綏芬河)는 올해 1월 25일부터 현재까지 석달 내리 봉쇄 상태다. 시내 택배·약국·병원은 모두 멈췄다. 2021년 러시아로부터 감염자가 유입된 뒤 러시아 상가는 모두 폐쇄됐다. 현재 고3인 린린(林林·가명)은 고1 첫 학기에만 학교에 갔을 뿐 지금까지 집에서 온라인 수업만 듣고 있다. 린린은 “여기를 떠나고 싶을 뿐”이라고 토로했다고 ‘이탸오’가 보도했다.

중국 전역에 만연한 봉쇄에 대해 탕징위안(唐靖遠) 재미 시사평론가는 “중국에서 봉쇄와 반(半)봉쇄, 하드(硬·경) 봉쇄와 소프트(軟·연) 봉쇄 사이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5일 중국 내 22개 도시 약 3000만명이 봉쇄로 고통받고 있다고 집계했다. 탕징위안은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권위와 연임 여부가 최근 사회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중소도시의 경우 경제 규모와 인구가 적어 봉쇄가 이들 지역의 경제와 민생에 끼치는 피해 규모를 파악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비난 여론에 ‘정태’ ‘사회적’ ‘동태’ 봉쇄 수식어 손질

봉쇄를 비난하는 여론에 중국 당국은 용어에 손을 보는 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일종의 명칭을 분식(粉飾)하는 셈이다. 상하이 봉쇄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상하이는 지난달 28일 확진자가 급증하자 시를 가로지르는 황푸(黃浦)강을 경계로 ‘단계별 방역(防控)’을 선언했다.

핵산 검사를 제외한 모든 외출을 금지하고, 대중교통 중단, 등교 중지, 상업 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사실상의 봉쇄이지만 ‘단계별 방역’으로 순화했다. 31일 전면 봉쇄로 격상하면서도 ‘모든 지역정태(靜態) 관리’라고 말했다. 이달 18일에는 ‘사회적 칭링(社會面淸零)’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했다. 봉쇄 지역 밖에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통제 지역 안의 확진자는 용인하겠다는 의미다. 도시를 봉쇄·통제·관찰 지역으로 구분했지만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중앙 정부는 ‘제로 코로나’에 ‘다이내믹(動態·동태)’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정부 각 부문이 재빨리 행동한다는 의미다. ‘위드코로나’로 넘어가는 과도기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단계별 방역’, ‘정태 관리’, ‘사회면 칭링’, ‘동태 칭링’ 모두 용어와 수위만 다를 뿐 ‘제로 코로나’라는 본질은 같다.

봉쇄 일변도 방역에 국가적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리청(李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펠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드라코니안(Draconian·무자비한) 수단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으로 지난 2020년 450만 소상공인이 폐업했다”며 “이는 지난 2018년의 10배, 2019년의 2배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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