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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 몰려드는 K콘텐트, 수준 떨어지면 순식간에 꺼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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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콘텐트 세계로 간다 ① 

27일 강남 쇼박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도수 쇼박스 대표는 “K콘텐트는 자금이 몰리는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7일 강남 쇼박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도수 쇼박스 대표는 “K콘텐트는 자금이 몰리는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NFT·메타버스로 영역을 확장 중인 할리우드가 K콘텐트로 눈을 돌렸다.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암살’ ‘택시운전사’ 등 천만 영화를 배출한 오리온 계열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지난 15일 미국 투자회사 마음캐피탈그룹(MCG)과 약 1400억원의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MCG는 유상증자 방식 등으로 쇼박스 지분 30%를 확보해 오리온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26일 서울 강남구 쇼박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도수 쇼박스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 배경으로 “K콘텐트의 세계적 주목”을 꼽았다. “‘오징어 게임’ ‘지옥’ 같은 작품을 만든 영화 창작자와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안정적인 회사를 찾던 MCG가 먼저 쇼박스를 찾아왔다”며 “쇼박스 입장에서는 NFT·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유통 환경에서 콘텐트 가치를 얼마나 키울 수 있느냐가 과제였는데, MCG가 가진 비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2020년 JTBC ‘이태원 클라쓰’로 드라마 제작까지 발을 넓힌 쇼박스는 이번 투자 유치로 영화 영역을 뛰어넘는 콘텐트 회사로 본격적인 확장을 꾀하게 됐다.

MCG는 LS그룹 장남 구본웅 대표가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투자회사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의장 존 헤네시, 야후 공동 설립자 제리 양 등이 주주다. 실리콘밸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 등 아시아 콘텐트 관련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의 플랫폼(Platform of Platform)’을 만드는 게 목표다. 특히 대상에 고유한 암호를 부여한 디지털 자산인 NFT(대체 불가 토큰)와 3차원 가상세계에서 일상·경제 생활 등을 영위하는 메타버스 영역에 관심이 많다.

쇼박스는 MCG의 이런 청사진 위에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IP(지적재산)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자연스레 웹 3.0(블록체인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개인 맞춤형 차세대 인터넷 환경) 흐름에도 뛰어든다. MCG는 보도자료를 통해 “20여년 간 탄탄한 입지와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쇼박스가 새롭게 진행해 나갈 콘텐트 사업들의 비전이 매우 인상 깊고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NFT·메타버스 관련 사업이 아직 실체가 드러난 것도 아니고 어디로 뻗어 나갈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세상을 들썩이고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매출을 만드는 콘텐트 가치 재창출을 기대한다”며 “그간 영화·드라마 시리즈를 만들며 활용해온 기존의 기획·개발 방식을 어떻게 틀어야 할지, 조만간 실리콘밸리로 가서 MCG와 이야기하려 한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NFT는 뜨거운 감자다. 지난 1월 24일 미국 NFT 관리회사 시크릿네트워크 개발팀은 자사 플랫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펄프픽션’(1994)의 미공개 장면 대본의 NFT 7개 중 하나가 110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포브스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미라맥스와 저작권 공방이 계속돼 NFT가 실제로 판매됐는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26일에는 포브스가 ‘공포·코미디 영화 제작자 케빈 스미스가 자신의 차기작 영화 본편과 보너스 영상, 뒷이야기를 담은 555개의 개별 NFT를 올해 말 발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작품 속 세계관을 가상 세계에 구현해 팬덤을 넓힐 수 있는 멀티버스도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다. 최근 OTT 시리즈물 등을 중심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해온 K콘텐트도 메타버스에서 잠재력 있는 IP로 주목될 만하다.

‘펄프픽션’ 사례에서 보듯 기존 IP는 소유권의 법적 분쟁 소지가 크다. 김 대표도 “새로운 IP 개발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반드시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가령 제작비 100억원대 영화를 NFT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아서 만든 뒤 극장 상영 후엔 NFT 소유자만 온라인 인증을 통해 볼 수 있게 하는 독점 구조도 나올 수 있다”며 “그러려면 독특한 세계관 속에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는 슈퍼 IP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세계관이 구현된 메타버스 공간을 사람들이 방문해 체험하는 것도 상상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K콘텐트는 자금이 몰려드는 지금이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존재감이 커진 만큼 수준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거다. 또 현재 OTT·TV 드라마가 철저히 플랫폼 중심 수익 구조임을 지적하며 “좋은 콘텐트가 자꾸 나오게 하려면 만든 사람이 성공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는 창작자 중심 비즈니스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콘텐트 본질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더 재밌고 신선한 퀄리티를 기반으로 확장해 다양한 콘텐트를 생산할 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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