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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왕' 우리는 '봉'이냐" 디스플레이 업계 뿔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MID 2021(한국디스플레이산업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는 P-OLED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MID 2021(한국디스플레이산업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는 P-OLED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시장에서 ‘디스플레이 홀대론’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정책 지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외면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범국가적 지원 없이는 ‘수출 효자’인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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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특별법에 디스플레이 제외 

27일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만나 “정부의 정책‧예산 지원이 반도체에만 쏠려 있다는 불만이 업계에 팽배하다”며 “한국의 핵심 산업이자 수출 견인차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 소외론은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별법에는 반도체·2차전지‧백신 등 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R&D), 인력 육성 등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R&D 투자 중 최대 50%를 세액공제해주는 기술에도 디스플레이는 빠졌다. 정부는 지난 1월 반도체·배터리·백신 3개 분야 34개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 중인 ‘미래 먹거리 산업 신성장 전략’에는 디스플레이가 포함됐지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화에 무게가 실렸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패널을 포함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을 지원할 대책으론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수출 비중 3.3%…10대 수출 품목

디스플레이는 한국을 먹여살리는주요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였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25억 달러(약 28조2000억원)로 전체 수출의 3.3%를 차지했다. 반도체(19.9%)만큼은 아니지만 자동차(7.2%), 선박(3.6%), 철강(3.5%) 등과 함께 10대 수출 품목에 들어있다.

LCD 시장서 백기 들고, OLED도 안심 못 해  

하지만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지난해 기준 1127억 달러(약 142조3400억원) 규모인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선 사실상 ‘백기’를 들었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2018년 42.6%에서 지난해 33.2%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25→42.6%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OLED 시장보다 세 배가량 큰 LCD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지난해 50%를 넘어섰다. 한국은 그사이 14.6%로 쪼그라들었다.

아직은 한국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는 OLED 시장도 마음을 놓기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는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2024~2025년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옴디아는 올 2분기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한국이 72.1%, 중국은 27.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엔 한국 90.3%, 중국 9.7%였다.

中 업체 점유율 3년 새 25→42.5%

디스플레이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지난 26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주최로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면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23일엔 대통령직인수위 위원들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별법과 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세제 지원을 해야 한다”며 “디스플레이 전문인력 양성과 핵심 인력‧기술 보호, 특허 침해 대응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부장과 ‘포스트 OLED’ 지원책도 시급  

디스플레이 패널뿐 아니라 소부장 업계 지원도 시급하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수입에 의존하거나 미·중 무역 갈등으로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핵심 장비를 중심으로 정부가 보다 체계적으로 국산화 프로젝트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율은 20% 남짓이지만 디스플레이는 70%에 달한다”며 “디스플레이 지원책은 고스란히 후방 산업인 소부장 업체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OLED 시장과 그 이후를 대비하는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용석 홍익대 교수(디스플레이 혁신공정플랫폼사업단장)는 “OLED 산업의 초격차 유지를 위해선 국가 차원의 R&D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포스트 OLED’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디스플레이 소자‧공정‧재료에 대한 적극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는 “우수 인재가 반도체로 쏠리는 현상이 심각하다”며 “디스플레이 인재 육성은 물론 각 분야 종사자를 위한 양질의 교육과 기술 지원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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