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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해봤자 ‘찔끔 혜택’…국내 복귀기업 “추천할 생각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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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장 착공이 지연되면서 세금 감면 혜택이 사라졌어요. 신규 채용에 따른 지원금이 도움은 됐지만 큰 혜택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기대했던 만큼 지원을 받지 못해 (유턴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로부터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았던 중소 가공업체의 김모 전무는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기업에도 국내 복귀를 추천하겠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지원책은 노무현 정부 이후 각 정부의 단골 고용 촉진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 리쇼어링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실질적 효과가 없는 ‘찔끔 혜택’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김 전무는 “유턴 후 인건비가 상승해 최종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보조금을 고려해도 중국·베트남에서 공장을 돌리는 것과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복귀 기업이 가져오는 생산액·부가가치 증가 효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복귀 기업이 가져오는 생산액·부가가치 증가 효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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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완성차 생산 중단 사태를 야기한 와이어링 하네스(전선 뭉치)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이유도 인건비 때문이었다. 자동차부품 업계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네스는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상품이라 유턴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엄격한 법 적용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9년 8월 울산에 친환경차 부품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1호 유턴 대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최대 100억원의 보조금과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보조금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규 고용 20명 이상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신설 공장이 전문성을 요구하는 전동화 파트라 전환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신규 채용만을 상시 고용으로 봐야 한다”고 유권 해석했다.

2020년 효성은 베트남에 아라미드 공장을 신설하려다 기존 울산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하지만 해외 시설 감축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유턴 기업으로 지정받지 못했다. 해외로 옮기려던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 유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리쇼어링이 지지부진하자 문재인 정부는 이에 2020년 ‘유턴기업 세제 지원 확대 및 제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 생산량 감축 의무를 없애고 기존 국내 사업장을 증설하는 것도 복귀로 인정해주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보조금 확대·추가 감세 등 유턴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8일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기업 유턴을 촉진하고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도 파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정부의 리쇼어링 지원책이 더 파격적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종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임금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을 위해서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지원하고, 정보기술(IT)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규제 걸림돌을 걷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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