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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불안해” 집 나간 기업들 유턴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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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 허난성 상추(商丘)에 있는 성림첨단산업의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이 회사는 대구 달성에 짓고 있는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의 생산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사진 성림첨단산업]

중국 허난성 상추(商丘)에 있는 성림첨단산업의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이 회사는 대구 달성에 짓고 있는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의 생산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사진 성림첨단산업]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이곳엔 희토류 영구자석을 만드는 성림첨단산업이 지난해 11월부터 새 공장을 짓는 중이다. 이 회사 공군승 대표는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공정률은 70%로 오는 7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림첨단산업은 99년 중국 허난성 상추(商丘)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현지에서 원재료를 공급받아 후공정 위주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전동모터의 핵심 소재로 국내 사용량의 90%가 중국에서 들어온다.

국내 복귀 전 기업별 진출 국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복귀 전 기업별 진출 국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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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미·중 갈등이 겹치면서 현지의 제조 환경이 나빠졌고, 공급망 상황이 불안해졌다. 공 대표는 “안정적인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국내에서 직접 원재료 가공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호주 기업과 접촉해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달성 공장의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중국 상추 생산라인을 축소해 원료 공급부터 탈(脫)중국 할 방침이다.

공급망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해외의 생산기지를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저렴한 인건비와 원료 수급, 시장 확보를 위해 해외에 공장 지었던 기업들이 현지 고정비 급상승과 물류난으로 이중고를 겪자 한국으로 ‘유턴’을 고민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긴 ‘유턴 기업’은 26곳이다. 대기업은 한곳도 없고 모두 중견·중소기업이긴 하지만, 2014년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최대 숫자를 기록했다.

해외 진출 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해외 진출 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실제 리쇼어링에 시큰둥했던 기업 사이에선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월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리쇼어링을 검토 중(27.8%)이거나 향후 검토할 수 있다(29.2%)고 답변했다.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업은 지난 2020년 5월(3%)의 조사와 비교해 9배가 됐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들이 복귀를 고민할 여지가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국내 복귀를 결정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은 인건비 등 해외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현지 매출이 줄거나 규제가 강화돼 유턴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전경련은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를 바탕으로 “유턴을 원하는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11조4000억원 증가하고, 일자리 8만6000개가 신규 창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갈등, 대표 산업인 자동차 분야에서 반도체 부품난을 겪으면서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산 물품 구매 의무를 강화하고 공급망 개선을 위해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등 자국 기업 유턴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기업 사이에선 리쇼어링뿐 아니라 생산기지를 자국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니어쇼어링’도 확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의류업체 베네통은 올해 말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던 물량을 50%로 줄이고 크로아티아·터키·북아프리카에 이를 대체할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생산 원가가 20%가량 늘어나지만,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 휴고보스도 유럽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선진국 기업을 중심으로 리쇼어링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기업의 기술 수준이 높을수록 자국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유턴 기업에 대한 세제·보조금 혜택은 물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제조공정 도입 등을 지원해 제조업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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