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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韓의용군 2명 사망" 첩보, 알고보니 러시아발…신빙성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 전쟁에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한 한국 국민 2명이 사망했다는 첩보는 러시아가 제공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국제의용군으로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한 한국 국적자가 총 13명으로 집계됐다는 첩보를 지난 20일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해당 첩보엔 이 중 2명이 사망했고, 4명은 의용군 활동을 끝내고 한국으로 귀국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러시아 측 주장에 따르면 현재 국제의용군으로 참전 중인 한국인은 총 7명인 셈이다.

"국적과 상관없이 적 간주" 경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시청사 건물.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시청사 건물. [AP=연합뉴스]

러시아가 해당 첩보를 제공한 의도는 분명치 않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려는 각국의 국제의용군 자원자 규모가 불어나는 가운데 이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 현지에서의 동요를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전사자 현황 전달은 참전 중이거나 참전을 준비하는 의용군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 측은 국제의용군 현황과 관련한 첩보와 함께 “러시아에 맞서는 이는 국적과 상관없이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성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의지를 표현하는 동시에 전투 과정에서 누구든 사살할 수 있는 만큼 각국 정부 차원에서 서둘러 자국 의용군 철수를 독려하라는 압박성 메시지로 보인다.

첩보 내용, 정부 파악 정보와 차이 

외교부 당국자는 “2명의 우리 국민이 사망했다는 첩보에 대해선 해당 정보의 진위 등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 측의 주장은 외교부가 파악한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국제의용군으로 참전중인 이근 전 해군특수전단 대위. [인스타그랩 캡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국제의용군으로 참전중인 이근 전 해군특수전단 대위. [인스타그랩 캡쳐]

구체적으로 외교부는 지난달 2일 이후 정부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에 입국해 현재까지 체류 중인 한국 국적자 규모를 4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근 전 해군특수전단(UDT/SEAL) 대위 일행도 여기에 포함된다. 또 외교부는 러시아 측의 주장과 달리 국제의용군으로 전투에 참여하다 한국으로 귀국한 인원 역시 4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국제의용군으로 참전중인 한국인 A씨 역시 25일 군 제보 채널인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페이스북 페이지)에 “(한국인) 2명 사망 첩보는 잘못 파악한 것으로 현재까지 사망자는 없다”며 “(한 때 의용군) 두 명은 저와 잠시 연락이 끊어졌지만 어제 오전 11시 연락이 닿았고 모두 무사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제공 첩보, 신뢰 가능할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작전 수행 중인 국제의용군. [우크라인시카 프라우다 캡처]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작전 수행 중인 국제의용군. [우크라인시카 프라우다 캡처]

일각에선 러시아가 한국 국적의 국제의용군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된다. 러시아가 교란 등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관련국들에 흘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정보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등 러시아에 맞서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있는 한국에 굳이 한국인 국제의용군 관련 첩보를 보냈다는 것 자체가 해당 첩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의용군 2명이 사망했다는 첩보가 사실이라면, 전사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것 역시 의문이다. 통상 전장(戰場)에서 적군을 사살한 경우 시신을 확인해 기본적인 신상 정보를 확인한다. 사망자를 한국인으로 특정해 한국 정부에 알렸으면서도 전사자의 신상 정보는 빠뜨린 것 자체가 첩보의 출처나 입수 방법 등에서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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