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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마크롱’ 대 ’반 극우’ 치닫는다…프랑스 대선도 비호감 선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도시 리옹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후보의 선거 벽보가 훼손된 채 발견됐다.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도시 리옹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후보의 선거 벽보가 훼손된 채 발견됐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미래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24일 오전 8시(현지시간, 한국시간은 24일 오후 3시)에 시작됐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이후 20년 만의 재선 대통령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5·전진하는 공화국·REM)과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극우 대통령을 꿈꾸는 마린 르펜(54·국민연합·RN) 후보가 5년 만에 재격돌했다.

프랑스 전역서 대선 결선투표 시작 #1차 투표서 3위 멜랑숑 표심이 변수

이날 대선 결과에 따라선 유럽 지형이 출렁거린다. 르펜 후보 당선 땐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결속이 약화하는 등 기존의 서방 질서가 지각 변동을 겪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한 제재에도 균열이 예상된다. 대선 결선 투표 유권자 수는 프랑스의 해외 영토까지 포함해 4875만여명이다. 당선자 윤곽은 25일 오전 1시(한국 시간 25일 오전 8시)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오전 8시(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결선 투표가 시작됐다. 사진은 23일 미국 뉴욕 프랑스총영사관에 마련된 프랑스 재외 국민 투표 시설. [AFP=연합뉴스]

24일 오전 8시(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결선 투표가 시작됐다. 사진은 23일 미국 뉴욕 프랑스총영사관에 마련된 프랑스 재외 국민 투표 시설. [AFP=연합뉴스]

현재로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처럼 이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치러진 TV토론 결과는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르몽드)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또 르몽드가 입소스-소프라스테리아에 의뢰해 지난 22일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5%가 마크롱 대통령을, 43.5%가 르펜 후보를 뽑겠다고 답했다.

“부동층 표심 잡아라” 상대 후보 약점 공격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피작 지역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피작 지역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이번 결선투표는 ‘반(反) 마크롱’ 대 ‘반 극우’ 대결로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1차 투표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1282만명과, 1차 투표에서 르펜 후보와 1.2%포인트 차로 낙선한 장뤽 멜랑숑(71·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를 뽑았던 이들의 표심 때문이다. 마크롱과 르펜 모두를 마뜩잖게 여기는 이들이 누구에게 투표할지에 따라 대선 승자가 정해질 수 있다. 이런 탓에 결선 투표의 승패는 ‘누가 더 싫은가’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두 후보는 부동층의 표심을 끌어모으고자 막바지까지 상대 후보의 약점을 집중 공격했다. 파리마치에 따르면 르펜 후보는 지난 21일 프랑스 북부 중심지인 아라스에서 열린 국민연합 집회에서 “이번 선거는 마크롱과 프랑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마크롱을 반대한다면 기권하지 말고 투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린 르펜 후보가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아라스를 방문해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린 르펜 후보가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아라스를 방문해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같은 날 마크롱 대통령은 멜랑숑 후보 지지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파리 외곽의 저소득층 지역인 센생드니를 방문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프랑스의 힘은 유럽연합(EU)에서 확대된다고 믿는 민주주의 후보와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에 기반한 가치를 공격하는 극우 후보 간의 선거”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르펜 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집중 공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르펜 후보는 ‘러시아 연루설’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국민연합이 2014년 체코-러시아 은행에서 빌린 정치 자금을 갚고 있다.

“1차 투표서 63%가 마크롱·르펜 안 찍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헨다예 지역에서 장 뤽 멜랑숑 후보 지지자가 멜랑숑 후보의 홍보물을 붙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헨다예 지역에서 장 뤽 멜랑숑 후보 지지자가 멜랑숑 후보의 홍보물을 붙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멜랑숑 후보 지지자들은 보수층이 선호하는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을 기본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일부는 ‘부자들의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가진 마크롱 대통령의 보수적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큰 탓에 오히려 르펜 후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펜 후보는 그간 극우 색채를 꾸준히 순화시키며, 서민층을 겨냥한 경제 정책을 발표해왔다. 멜랑숑 후보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극우를 뽑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선언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멜랑숑 후보 지지자 중에 기권표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르피가로는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르펜 둘 중 누구도 뽑지 않은 유권자의 비율은 전체의 63%(기권 포함)”라며 “이들은 자신을 ‘정치적 고아’라고 느끼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2주 전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27.85%, 르펜 후보는 23.15%, 멜랑숑 후보는 21.95%를 득표했다. 당시 프랑스 유권자 중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1282만명으로 마크롱 대통령에게 투표를 한 978만명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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