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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올랐지만 항공사 못 웃는다…고유가에도 할인경쟁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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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출국자들이 줄을 서서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14일 정부가 전 국가·지역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여 만에 해제했다. 뉴스1

지난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출국자들이 줄을 서서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14일 정부가 전 국가·지역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여 만에 해제했다. 뉴스1

주가는 강세지만 국내 항공사들이 유가 상승과 화물운임 하락 탓에 고심이다.
항공사 주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가 발표된 직후부터 꿈틀대고 있다. 21일 대한항공 종가는 3만1800원으로 직전 거래일 대비 350원(1.11%) 올랐다. 2만1200원으로 장을 끝낸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대비 50원이 하락했으나 올해 1월 말(1만6300원)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고 보기 힘들다.

뉴욕 증시에서도 항공주는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뉴욕 종가 기준으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스 홀딩스는 46.52달러(약 5만7500원)로 직전 거래일 대비 1.24%가 올랐다. 델타 에어라인스는 43.54달러로 장을 마감해 전날 대비 1.16%가 상승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18일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공항 정비 격납고에서 보잉 747-8i 항공기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18일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공항 정비 격납고에서 보잉 747-8i 항공기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지만 항공사는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고유가와 하락하는 화물 운임 때문이다. 이달 중순 들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올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두바이유는 올해 1월 배럴당 82달러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0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비용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항공사에 고유가는 실적 하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연료비로 1조8000억원을 썼는데, 이는 2020년 1조2474억원과 비교해 44.3% 증가한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업비용 중 28%가 연료비”라며 “고유가가 실적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캐시카우'로 꼽히던 화물 운임 하락도 고민거리다. 올해 4월 인천∼뉴욕 기준으로 항공화물 1t의 운임은 1㎏당 1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당 11.5달러를 찍은 것과 비교하면 1.5달러가 하락한 것이다. 국제선 운항이 정상 궤도에 들어가면 항공 화물 운임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 수순을 밟아가면서 화물 운임이 (항공사에)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화물영업력 차이로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간 실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장거리 화물운송 사업에 집중한 FSC는 항공화물운임 상승 덕을 톡톡히 봤지만, LCC는 오미크론 복병을 만나면서 운항하던 화물전용 노선마저 중단됐다. 뉴스1

화물영업력 차이로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간 실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장거리 화물운송 사업에 집중한 FSC는 항공화물운임 상승 덕을 톡톡히 봤지만, LCC는 오미크론 복병을 만나면서 운항하던 화물전용 노선마저 중단됐다. 뉴스1

여객 수요 회복은 복합적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LCC 등 국내 항공사들이 이례적인 고유가와 코로나 적자에도 할인 티켓 경쟁에 나선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사의 매출은 여객과 화물이 각각 7대 3으로 여객 비중이 훨씬 높다. 화물 흑자가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물(이) 떨어져도 여객이 꽉 차는 게 더 좋다. 운임이 떨어지겠지만 여객 꽉 차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업계 내부에선 “순환 휴직이 끝나는 시점이 본격적인 코로나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말이 들린다. 대한항공을 포함해 국내 항공사는 순환 휴직제를 운용하는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는 돼야 순환 휴직을 끝내고 현장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사가 한목소리로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 면제를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조 회장은 이날 “(방역조치 완화가)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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