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찾아간 이용수 할머니 "내가 죄인이냐, 왜 아직도…"

중앙일보

입력 2022.04.21 15:45

업데이트 2022.04.21 16:00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구를 찾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구를 찾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찾아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촉구했다. 24일 출국하는 한‧일 정책협의단이 일본 측에 국내 여론을 잘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국민 대다수가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 중심주의 해결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인수위에 전달했다.

당초 이 할머니와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은 정책협의단장인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면담하려 했다. 하지만 일정 조율 과정에서 답변 지연 등으로 차질이 빚어졌고, 이 할머니는 국회까지 갔다가 정 부의장을 만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에 이 할머니는 직접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인수위 사무실을 찾았다. 이 할머니와 추진위 측은 그간 인수위와의 면담을 요청해왔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인수위 앞에서 “내가 무슨 죄인이냐. 할머니들은 열 네 살에 끌려가 지금 아흔이 넘었는데 왜 우리 문제를 해결 못하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한‧일 정책협의단에도 동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주제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수위 관계자에 전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아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아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해당 여론조사는 추진위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1~14일 사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을 묻자 대다수인 83.2%는 “근본적 해결 없이는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 중심적 해결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의 처리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68.4%가 “완전히 파기하고 재협상해야 한다”고 답했고, 20.1%는 “국가 간 합의이니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위안부 문제를 유엔 기구의 국가 간 절차에 회부하는 데 대해서는 78.5%가 찬성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부터 한‧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해 해결해 달라고 촉구해왔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 정부 단독으로도 진행이 가능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 절차를 밟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인수위)외교안보분과에서 맞이할 준비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연락이 미리 되지 않은 관계로 국민제안센터를 통해 접수를 안내드렸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를 향한 이 할머니의 호소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맞닥뜨릴 대일 ‘투 트랙 접근’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협의단이 방일해 성공적인 정책 협의를 하고, 일본 측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고위급 축하사절단을 보내 화답하며 임기 초 좋은 모양새를 연출한다고 해도, 결국 한‧일 간 갈등의 기저에 깔린 과거사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면 관계 개선도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연합뉴스

12‧28 위안부 합의로 인해 정부 간 외교적 합의만으로는 위안부 피해 등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명백히 드러났다. 그렇다고 해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전면 재협상하는 것은 한‧일 관계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대선 후보 때부터 위안부 합의 파기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반감을 드러냈던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해 합의의 하자를 드러내놓고도 파기는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은 정부가 위안부 합의 외에, 과거사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다. 피해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게 우선이고, 이를 토대로 일본이 진정성 있는 추가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당내 대선 경선 후보였던 지난해 9월 직접 대구를 찾아 이 할머니를 만났고,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고, 할머니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들을 다 (해결)해드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 정부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법원의 시간’ 때문이다.

국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본 전범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조치는 착착 진행 중이다. 현금화가 현실화한다면 한‧일 관계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 금전적 배상을 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 역시 유효하다. 양국 간 악재가 더 쌓이기 전에 임기 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집중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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