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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로 유전 능력 분석해 경주마 선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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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코로나로 침체된 마사회를 이끌 정기환 신임 한국마사회장. 김현동 기자

코로나로 침체된 마사회를 이끌 정기환 신임 한국마사회장. 김현동 기자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의 마사회 본관에서 만난 정기환(59) 한국마사회장은 “코로나19로 말 산업도 치명상을 입었다. 경마 종사자와 마사회 직원의 분위기가 크게 침체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사회 감사를 지낸 정 회장은 지난 2월 회장에 취임했다.

정 회장의 말처럼 최근 마사회의 경영환경은 매우 좋지 않다. 최근 2년간 8000억원(2020년 4368억원, 2021년 348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이로 인해 말산업과 관련 종사자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정 회장은 “그간 마사회 대내외 다양한 이슈로 인해 마사회의 이미지도 크게 떨어졌다. 변해야 산다. 공익성에 기반을 둔 ‘신뢰 경영’, 근로자의 안전을 중시하는 ‘생명 존중’,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을 모아 기업 가치를 혁신하는 ‘가치 경영’을 펼쳐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침 올해는 한국 경마 시행 100년이 되는 해다. 정 회장은 “경마에 대한 국민 인식이 바뀌는 원년으로 삼겠다. ‘마사회 하면 경마, 경마는 곧 도박’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경마공원을 젊은층 등 다양한 연령대가 방문하는 활력 넘치는 레저문화 공간의 장으로 만들겠다.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언택트 시대에 부합하는 디지털 방식의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실적 악화로 마사회의 이미지도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가치 경영’을 펼쳐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실적 악화로 마사회의 이미지도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가치 경영’을 펼쳐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그는 ‘케이닉스(K-Nicks) 프로젝트’를 향후 마사회의 주요 사업으로 꼽았다. 말의 유전자(DNA) 정보를 기반으로 유전 능력을 분석해 말을 선발하는 기술이다. ‘K’는 코리아(Korea), ‘닉스(Nicks)’는 혈통에 따른 경주마 교배 이론을 뜻한다. 마사회는 이 기술을 활용해 2017년 미국에서 ‘닉스고(Knicks Go)’라는 경주마를 8만7000 달러(약 1억원)에 사들였다. 닉스고는 마사회 소속으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대회를 휩쓸며 세계 랭킹 1위 경주마로 성장했다.

누적 상금만 110억원. 5년 만에 투자 비용의 100배가 넘는 수입을 거뒀다. 케이닉스의 과학적 우수성을 입증한 닉스고는 올해부터 미국에서 ‘씨수말(번식을 위해 기르는 종자가 좋은 수말)’로 활약한다. 정 회장은 “닉스고의 교배료는 3만 달러(약 3700만원)로, 올해만 40억 원대의 수익 창출이 예상된다. 제2의 닉스고를 배출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산업의 한 축인 승마를 활성화하고 대중화하겠다. 유소년이 승마를 접할 기회를 확대하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마 산업의 지속성을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논란으로 정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정 회장은 “마사회 상임감사를 지내면서 공기업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말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경영인의 역량과 전문성을 말 산업에 쏟아부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행복과 신뢰를 주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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