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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솔로몬 안보협약 심각한 위험" 美, 日·호주·뉴질랜드와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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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의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를 환영하는 행사를 열었다. [AP=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의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를 환영하는 행사를 열었다. [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전날 하와이주에서 호주·일본·뉴질랜드 고위 관리와 만나 중국과 솔로몬제도 간 안보 협약 체결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남태평양 섬나라들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이 지역에서 미·중 간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솔로몬제도.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솔로몬제도.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커트 캠벨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호놀룰루에서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 및 호주·일본·뉴질랜드 고위 관리들과 회의를 열어 태평양제도 국가들에서 새롭게 전개되는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태평양제도 국가들에서 새롭게 전개되는 사안'은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약 체결을 추진한 것을 말한다.

백악관은 미·호·일·뉴질랜드 4개국 고위 당국자들이 "솔로몬 제도와 중국 간 제안된 안보 체제(proposed security framework)와 그것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가하는 심각한 위험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또 "4개국 관리들은 각국의 태평양 섬나라들에 대한 지속적,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면서 "미국은 해양 안보와 경제 개발, 기후 위기와 코로나19에 이르는 21세기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이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를 위해 "태평양 섬나라들과 전에 없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그리고 유럽을 포함해 역내 및 역외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이번 주 대표단을 이끌고 솔로몬제도와 피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백악관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 [AP=연합뉴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이번 주 대표단을 이끌고 솔로몬제도와 피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백악관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 [AP=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베이징 시간 19일) 솔로몬제도와 최근 안보 협정에 정식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이에 반대하기 위해 솔로몬제도에 캠벨 조정관을 포함한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한 직후다.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는 20일 국회에서 중국과 협정을 체결했다고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는 "솔로몬제도 관리들은 아직 중국과 어떤 협약도 체결하지 않았다고 시사하는 듯 보인다"면서 이 나라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중국 관리들이 5월 중순에 협정 서명을 위해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솔로몬 제도와 중국 간 제안된(proposed) 안보 체제"라고 표현해 아직 협약 체결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을 전제했다.

협정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신은 지난달 일부 유출된 협정 초안을 토대로 중국군 병력과 군함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 솔로몬제도의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중국이 군과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고, 현지 중국인과 중국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국 병력 파견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호주 동북부 해안에서 2000㎞가 채 안 되는 거리에 중국군이 주둔할 수 있게 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각국이 방위에 관한 주요 결정을 내리기 전 지역 협의체인 '퍼시픽 아일랜드 포럼'과 논의하기로 한 합의를 솔로몬제도가 위반했다고 비판하면서 "태평양의 무장화"를 우려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솔로몬제도에 외국 군대의 기지를 허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안보 협력은 다른 어떤 나라나 동맹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안보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회가 안보 협정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하자 소가바레 총리는 일정한 "절차"를 거친 후 협정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조정관을 포함한 미국 대표단은 하와이 회동 후 20일 피지로 향했다. 현지 미국대사관은 캠벨 조정관이 피지 수도 수바에서 프랭크 베이니마라마 총리와 만나 지역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캠벨 조정관 일행은 이후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제도를 방문해 이 지역 안보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솔로몬제도에서는 미국 대사관 재설치와 중국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국제개발처(USAID) 관리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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